그랜드 센트럴_Grand Central_2013-리뷰
그랜드 센트럴 (2014) 
Grand Central





- 감독
- 레베카 즐로토브스키
- 출연
- 레아 세이두, 타하 라힘, 데니스 메노체트, 올리비에 구르메, 요한 리베레우
- 정보
- 드라마, 로맨스/멜로 | 프랑스, 오스트리아 | 94 분 | 2014-09-18





이런저런 직업을 전전하던 갸리는 원자력 발전소에 일자리를 얻습니다. 보수도 좋고 그리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을 요구하는 자리가 아닌지라 갸리는 대체로 만족하는 편입니다. 주변에서 원전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는 말이 들리긴 하지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하죠.
갸리는 직원들이 사용하는 숙소에서 선배인 토미의 약혼녀인 카롤을 만나 한눈에 사랑에 빠집니다. 갸리와 카롤은 토미의 눈을 피해 아슬아슬한 밀회를 지속하고, 흘려들었던 원자력의 위험성은 점차 갸리의 현실을 위협합니다.
주인공인 갸리는 겹겹의 갈등에 시달립니다.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되는 사람에게 매혹되며, 자신이 선택한 직업은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까요.
여주인공인 카롤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남자 사이에서 방황하는 카롤은 죽어가는 애인을 마냥 바라볼 수만은 없습니다. 카롤이 갸리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는 그 갈등은 더욱 심화됩니다.
전형적인 아크 플롯(Arch Plot)의 이야기입니다. 인물들은 개인적인 갈등과 초개인적인 갈등을 두루 겪으며 여러 선택과 결정의 상황에 놓이죠.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어 그것엔 몹시 신중한 태도가 요구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신중한’ 것만으로는 최선의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게 되는 거의 모든 결정의 순간이 그렇듯이요.
주인공들이 내려야 하는 결정은 일반적인 도덕의 기준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사회에서 개인에게 요구하는 도덕은 종종 개인의 솔직한 욕구와 충돌하니까요. 영화에서의 갸리와 카롤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사람의 사랑과 카롤의 임신은 도의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절절합니다. 두 사람의 사이에 낀 토미의 갈등도 만만치 않습니다. 자신의 남성성을 위협하고 모욕한 ‘내연의 적’에게 ‘목숨의 빚’을 지고 있기 때문이죠.
영화는 두 가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삼각관계의 로맨스이지만 그 이면엔 원자력 발전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어요. ‘사랑’과 ‘원전’이라는 이질적인 테마는 감독의 명민한 계산과 구성 아래 절묘하게 엮입니다. 자칫 자기파멸의 결과를 야기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열정의 이면(異面)과 오늘날, 사회적으로 큰 이슈로 자리매김한 ‘원자력 발전’의 이면을 감독은 교묘하게 뭉뚱그려 한 그릇에 담아냅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제 목을 겨누는 서슬 퍼런 칼날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 속의 ‘사랑’과 ‘원자력 발전’은 서로를 닮았습니다.
영화 속의 두 소재는 관객들에게 ‘위험’의 요소로 작용하여 정서적으로 ‘불안’을 이끌어냅니다. 자칫 지루하고 통속적인 삼각관계 신파에 머물렀을 수도 있었던 영화는 다소 정치적일 수 있는 ‘원전’이라는 배경에 힘입어 신선하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받아들여지죠. 그래서 결과물로서의 영화는 흥미롭습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갖는 세 연인의 사랑이 어떻게 마무리될까, 하는 호기심은 과연 ‘원자력 발전’이 우리 생활에 이롭기만 할까, 라는 문제로 확장되니까요. 그것이 감독이 영화를 통해 전달하려 했던 일차적인 주제는 아닐지라도 의도는 비교적 명백해 보입니다. 그런 맥락에서 영화 속의 어떤 메타포보다도 ‘사랑’이라는 소재 자체가 커다란 상징이 되고 있어요. 원자력 발전 같은 ‘문명의 이기(利器)’가, 말 그대로 인류를 위협하는 ‘날카로운 둔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영화에서 보이는 원자력 발전소의 내부는 실제 발전소라고 합니다. 완공되었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다지요. 발전소 건설에 든 돈이 한두 푼이 아니었을 텐데, 우리나라 사정으로는 요원한 일이지요.
실생활에서 원자력 발전의 위험과 부작용을 실감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원전에 반대하고 있는 사람들도 그것에 대한 지식은 피상적이고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원자력 발전의 부수적인 혜택만을 강조하죠. 우리가 뭔가를 알려면 다리품, 적게는 손품을 팔아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원전에 대해, 즉 발전의 원리 같은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것들에 대해 모르거나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것의 부작용과 위험성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더 이상 그것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과연 원자력 발전을 대신할 대체 에너지가 없는 걸까요? 원자력 발전이 과연 저렴하고 깨끗할까요? 원자력 발전을 멈춘다고 순식간에 온 지구가 블랙아웃이 될까요?
우리가 평범한 시민으로서, 한 국가의 국민으로서, 크게는 지구촌의 한 구성원으로서 깨달아야 할 것은 원자력 발전의 위험성과 폐해입니다. 그것이 어떤 식으로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하는지, 한 개인의 삶이 한 순간의 사고로 어떻게 무너져 내리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체르노빌 사고 당시, 그 지역 주민들과 직간접적으로 그 사고에 관련된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록입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보시길.
아래는 본인이 썼던 이 책의 리뷰입니다.
http://blog.daum.net/soulflower7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