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기_영화

아웃 인 더 다크_Out In The Dark_리뷰

달콤한 쿠키 2013. 3. 7. 16:07

 


아웃 인 더 다크

Out in the Dark 
9
감독
마이클 메이어
출연
니콜라스 제이컵, 마이클 앨로니, 자밀 코우리, 로아이 노피, 콜라 하그-데브시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이스라엘, 미국 | 96 분 | -
글쓴이 평점  

 

팔레스타인 출신의 대학생 님르는 이스라엘 변호사 로이와 사랑에 빠지는데 둘 사이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우선 두 사람은 동성애자이고, 로이와는 달리 님르는 가족들에게 커밍아웃을 안 한 상태죠.

특히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이라는 두 사람의 출신지역은 이들에게 국제 정치적 요소가 아닌, 아주 개인적인 문제로 작용하여 살인과 협박, 공갈과 회유, 추적, 도주라는 사건에 원인을 제공합니다. 영화의 배경인 중동 지역의 상황을 생각하면, 전혀 과장한 것이 아니어서 영화 속의 갈등과 사건들은 무척 현실적입니다. 작위적으로 보이지가 않는 거죠.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상당히 재미있게 본 영화인데, 그 재미는 퀴어 영화 이상이었기 때문이었죠. 이 영화는 고발적인 메시지로 상당한 무게를 갖고 있는 영화였어요. 그러면서도 상업 영화로서의 장점도 두루 갖추었고요.

 

이야기의 포문을 연 퀴어 멜로의 전형적인 요소들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강하게 뿜어져나 나오는 정치성과 부딪히면서, 때로는 서로 힘을 주면서 감상이 더욱 풍성해집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느낌은 암담하고 가혹해요. 쉽지 않은 주제의식에 무척 무겁고 진지한 영화죠.

 

영화는 이데올로기 안에서 희생되는 개인의 행복과 권리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행복을 추구하려는 개인과 종종 그들에게 강요되는 희생, 그 과정에 동반되는 폭력을 고발하는 거죠. 개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국제, 정치적인 요소들이 인간관계를 충분히 해체하고 짓밟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집단의 행복이 개인의 행복, 어쩌구 하는 것이 일반적인 논리겠지만, 세상이 그렇게 단순한가요. 그런 사고는 상당히 위험하죠. 집단 안에서 무시되고 소외되는 부류들은 언제나, 반드시 존재하고 그런 소수의 작은 목소리에 다수는 무관심해지기 쉽습니다. 이런 경우에, 특히 그 집단이 국가이고 다른 나라와 미묘한 관계로 얽혀져 있다면, 그리고 그 상황들이 집안에서의 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개인으로서 무슨 도리가 있을까요.

 

이 영화를 우리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우선 퀴어 영화로 소비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주연배우들의 외모도 한몫하겠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 훼손될 겁니다.

 

또한 (솔직히) 우리와 무관한 중동의 정세에 어느 정도의 지식이나 관심이 있는 관객이 아니라면, 인물들의 갈등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상당히 적어지겠죠.

 

영화가 전달하는 암담한 정서도 고려해볼 만한 일입니다. 주제의식 때문이죠. 영화의 전체적인 감상도 그렇고, 가슴 먹먹해지는 엔딩도 그렇고요. 우리나라 관객들의 취향을 생각해 본다면, 답이 없는 현실을 영화 속에서까지 마주해야 할 필요는 별로 없는 거죠.

 

그럼에도 나름의 시도는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주변에도 아직은 소수이지만 퀴어 영화 팬들이 많은 편이죠. 그들에게 다양한 영화를 보여주는 것도 문화계의 일축을 담당하는 사람들에겐 의무라고 할 수 있어요. 어떻게 보면 아직까지 선택이란 게 차라놓은 밥상일 뿐, 그 폭이 넓은 편이 아니니까요. 그 안에서 소비하도록 강요받는 것이 아직까지의 현실이잖아요. 다양한 선택의 폭에 대한 요구는 늘 있어왔고, 그에 따르는 모험은 꼭 필요합니다. 특히 영화로 대표되는 퀴어 문화의 저변 확대와 인권문제에 있어서의 그 효과를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죠. 결국 흥행 여부가 관건이겠는데, 그 주체가 대형 수입사나 대형 배급사라면 두 말할 나위가 없겠지요.

하지만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 게 낫겠네요. 장삿속을 배제한, 진정한 의미로 문화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요즘 거의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