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읽기_책

시골 소녀들_에드나 오브라이언-리뷰

달콤한 쿠키 2025. 5. 24. 11:36

 

서로 왜 붙어 다니는지 전혀 알다가도 모를 두 여자아이가 시골에서 청소년 시절을 보낸 뒤, 수녀들이 운영하는 기숙학교에 들어갔다가 사고 쳐서 쫓겨나고 도시에서 직업도 얻고 사랑에도 눈을 뜨고 이런저런 실패를 겪으며 성장하는 이야기.

 

말은 성장이라고 했는데, 정확히 아이들이 (나이 먹는 거 빼고) 어떤 면에서 성장을 이뤘는지 공감이 별로 안 된다. 핑계를 굳이 찾자면, 이 책은 캐슬린과 브리짓을 주인공으로 한 3부작의 첫 권이다. 작가가 노렸던 성장의 진정한 의미는 세 권을 모두 읽어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책만 보자면 뭔가 심심하다.

 

발표 당시, 자국인 아일랜드 내에서는 상당한 반향을 부른 작품이라고 한다. 불온하다는 이유에서였다고 하는데, 십대 여자아이와 성인 남성의 사랑을 묘사한 부분 때문일까. 이 작품보다 5년 앞서(1955) ‘나보코프롤리타(Lolita)를 펴냈으니 이 소설이 파격의 첨단을 걷는 작품은 아니었을 것이다.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온 1960년 당시 아일랜드 독자들은 모두 유교보이’, ‘유교걸들 뿐이었나. 그 정도는 아닌데.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들이 많다. 가장 궁금했던 게 두 여자아이가 겉으로 보면 절친은 아닌 것 같은데 왜 붙어다니는 걸까 내내 궁금했다. 딱 봐도 캐슬린은 브리짓의 먹잇감에 불과한데. 그리고 브리짓 부모가 얼마나 돈이 많길래 캐슬린까지 거두고 있나, 왜 저러지, 그럴 수 있나, 싶은 생각도 들고. 기타 등등.

 

묘사나 설명이 꼼꼼하지 못한 것도 다소 거슬린다. 예를 들어, 이야기 초반에 라일락을 꺾어서 선생님을 줘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어느새 캐슬린 손에 꺾은 라일락이 들려있고. 이런 생략이 가능하기는 한데, 너무 빈번하거나 독자들이 머릿속에서 어떤 장면, 이미지들을 그리는 걸 방해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초심자의 실수인 걸까.

 

여하튼 이 작품 뒤를 잇는 나머지 두 작품이 번역, 소개된다면 읽을 의향은 있겠으나, 이 작품 자체가 만족스럽다거나, 이런 작가를 알게 되어 다행이라거나, 그런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솔까말’, 이 작품 자체로는 너무 평범하다. 그리고 익숙하다. 뭐가 됐든 이 작품만의 개성이 없다는 사실은 그 어떤 핑계에도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