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678

위커 맨; 파이널 컷_The Wicker Man; the Final Cut_2026-리뷰

독실한 기독교인인 경찰 ‘하위’는 아이의 실종을 고발하는 익명의 편지를 받고 ‘서머아일’ 섬으로 향한다. 사라졌다는 아이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보이고, 이교도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섬 사람들은 이방인인 하위를 적대시한다. 갖은 훼방에도 하위는 꾸준한 탐문으로 섬 주민들이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하위는 사라진 아이의 배후에 이교도들의 무서운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간파하고 아이 구출에 나서지만 그 스스로가 곤경에 처한다. ≪미드소마≫가 워낙 입소문을 타고 흥행했으니, 우리나라에 개봉된 적도 없는 이 영화가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아류작처럼 보여도 어쩔 수 없다. 73년 작품이니, 무려 53년만의 개봉이다. 73년 버전에서 잘려나간 장면들을 포함한, 감독이 직접 재편집한 버전이다. (‘Di..

에티의 여름_루시 스티즈-리뷰

26년 일흔한 번째 책. ★★★ ‘내셔널갤러리’ 안. ‘성찬’이란 제목의 그림. 13인분의 음식이 차려진 테이블을 그린 대작이다. 그림의 어두운 한 구석에 ‘에두아르 타르튀프’라는 화가의 사인이 보인다. 그 앞에 초로의 여자가 서 있다. 그녀는 그 그림이 36년 전, 불에 전소됐음을 기억한다. 그녀 자신이 그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그녀가 마주한 그림은 바로 그 그림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짧은 프롤로그엔 이야기 전체의 가장 중요한 비밀이 숨겨진 동시에 가장 핵심적인 스포일러를 흘리기도 한다. 과거에 불에 타 사라진 그림이 지금 눈앞에 있다면, 그건 뭐다? 시간을 거슬러 1920년. 인물들이 소개되고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어떤 사정인지 대강 짐작이 된다. 하지만 그 사정이란 게 ..

읽고 읽고 말하다_아사쿠라 가스미-리뷰

26년 일흔 번째 책. ★★★ ❝살아 있잖아, 살아 있잖아요. (336쪽)❞ ‘카페 시트론’에서 한 달에 한 번씩 독서 모임이 열린다. 벌써 이십 년 가까이 됐다. 이름 하여, ‘언덕 중간의 책 읽는 모임’. 참가자는 78세에서 92세까지의 노인 여섯 명. 여기에 고모를 대신해 운영을 맡게 된, 카페의 매니저 ‘얏쿤’이 최근 합류한다. 얏쿤은 등단한 소설가이지만, 어떤 이유로 쓰기를 멈췄다. 아기자기한 분위기와 낭만적인 배경, ‘책’이라는 소재와 ‘읽기’라는 활동을 주재료로 삶과 죽음, 인간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풀어내며 사랑과 관용, 연대와 위로를 전달한다. 독서 모임 참여자 개개인의 스토리를 상세히 드러내기보다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는 노인들을 한데 모아놓고, 무리 안에서 한 개인을 차별화시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