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릴러 33

홀리_스티븐 킹-리뷰

경험 많은 노작가+대작가가 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 같다. 스릴러와 호러, 미스터리, 고어(gore)를 능숙하게 배제하면서도 상상하게 만들어 몸서리치게 만드는 인질극까지.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캐릭터들은 인간적인 매력을 지녔고 상호 간의 앙상블도 보기 좋다. 적당히 공감은 가지만 호감은 줄 수 없는 악당까지. 이야기의 리듬도 좋고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리다가도 어느 한 순간 숨통을 틔워주는 완급과 균형도 좋다. 이런 구성은 말 할 것 없고, 장면들마다 취사선택을 위해 심사숙고를 거친 태가 나, 어느 하나 낭비가 없어 보인다. 사실 스티븐 킹의 소설에 완성도 어쩌고 하는 게 불필요한 일이지 않을까. 작가의 재능이 돋보였단 말도 필요없지 않을까. 그냥 ‘재확인’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듯. 개인적인 ..

꽃을 읽기_책 2025.04.28

나의 작은 무법자_크리스 휘타커-리뷰

읽는 데 여드레가 걸렸다. 재미가 없었다는 얘기. 이야기에 호기심이 생기지 않는다. 인물들은 과장되고 구성은 산만하여 집약도가 떨어진다. 긴장감이 결여된 이야기는 그냥 지루하다. 이야기 자체만 봐도 구태의연하다. 폼만 잡는 인물들에겐 절실한 동기가 없다. 개연성도 부족하다. 상황에 당연히 해야 할 행동을 하지 않고, 딱히 해야 할 당위가 없는 행동들을 한다. 이야기 거리는 많은 편이지만 무엇 하나 추진력을 주질 못한다. 두 명의 주인공이 문제일까, 싶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냥, 작가가 이야기를 다루는 데 서툴러 보인다.

꽃을 읽기_책 2025.04.28

말로 머더 클럽_로버트 소로굿-리뷰

다양한 연령과 직업의 세 명의 여성이 의기투합하여 우여곡절 끝에 동네에서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다. 흥미롭고 유쾌하며 긴장감 넘친다. 쉽게 잊히지 않는 매력적인 인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호기심을 유발하는 사건들을 해결한다. 결말이 궁금해 말 그대로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다. ‘쾌락’으로서의 독서를 경험하는 가장 모범적인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여성 독자들을 타겟으로 한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의 전형이다. 범죄 자체는 끔찍하고 어둡지만 전체적으로 통통 튀는 밝은 분위기를 유지한다. 진행되는 템포도 경쾌하다.  인물들이 기가 막힌다. 70대의 대범한 할머니, ‘주디스’, 마을 목사 부인인 새침한 40대 ‘벡스’, 그리고 이웃들의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일로 생계를 ..

꽃을 읽기_책 2024.12.02

니들리스 거리의 마지막 집_캐트리오나 워드-리뷰

여러 명의 화자가 교대로 등장한다. ‘테드 배너먼’, ‘로런’, ‘올리비아’, 그리고 ‘디디(딜리일러)’, 기타 등등.  외딴 집에 직업도 없이 칩거하다시피 살고 있는 테디는 어떤 일에든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에 힘들어 보이고, 어린 딸 로런과 함께 올리비아라는 고양이를 키우고 살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몇 안 되는 이웃들은 테디의 딸과 고양이를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 그리고 그 옆, 니들리스 거리의 마지막 집에 새로운 이웃이 이사 온다. 11년 전, 가까운 캠핑장 호숫가에서 사라진 ‘막대아이스크림을 든 소녀’의 언니인 디디는 동생의 행방과 실종에 책임이 있는 누군가를 좇고 있다.  처음 몇 장(章), 대략 60쪽을 지나면 다양한 화자들이 실제로는 한 인물임을 의식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꽃을 읽기_책 2024.11.26

언니의 실종에 관한 48 단서들_조이스 캐럴 오츠-리뷰

개인적으로 사랑하고 존경하는, 번역서를 모두 찾아 읽고 신간 소식이 들리면 서점에 나오길 목 빠지게 기다렸다가 냉큼 읽는 국외작가 '탑 텐'을 뽑을 때, 그때그때 달라지긴 하지만 변치 않고 리스트 안에 드는 작가가 있다. ‘이디스 워튼(Edith Wharton)’, ‘애거서 크리스티(Agatha Christie)’, ‘대프니 뒤 모리에(Daphne du Maurier)’, ‘퍼트리샤 하이스미스(Patricia Highsmith)’,‘온다 리쿠(恩田 陸)’, 그리고 ‘조이스 캐럴(혹은 캐롤) 오츠(Joyce Carol Oates)’.  이 작가가 1938년 6월 생이니, 올해(2024년) 꽉 채워 여든여섯이다. 그리고 아직 현역이다. 이 작품이 미국에서 출판된 게 재작년(2022년)인데  최근작이 아니다...

꽃을 읽기_책 2024.11.13

고스트 라이터_알레산드라 토레-리뷰

열아홉의 나이에 쓴 데뷔 소설이 대박을 치고 서른두 살에 이미 대성한 작가인 ‘헬레나’는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앞으로 남은 삶은 대략 3개월. 헬레나는 위약의 어마어마한 금전적 대가를 치르면서 작업 중인 소설의 계약을 파기한다. 그녀에겐 죽기 전에 꼭 써야 할, 너무나 중요한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일생일대의 과업인 셈인데, 그건 바로 자신의 이야기. 4년 전, 그녀는 남편과 어린 딸을 잃었는데, 아무래도 그 책임이 바로 그녀에게 있는 것 같다.  이야기는 대략 두 질문으로 집약된다.① 헬레나와 그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가. ② 우리의 주인공은 과연 남은 석 달 동안 장편 소설 한 권을 마칠 수 있을까.  무척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다. 작가들의 작업이 디테일하게 묘사되어 흥미로웠다. ..

꽃을 읽기_책 2024.09.26

블랙 아이드 수잔_줄리아 히벌린-리뷰

십대의 ‘테시’는 납치되어 신원 불명의 유골 몇 구와 함께 발견된다. 그 주변엔 ‘블랙 아이드 수잔’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테시의 증언으로 용의자가 잡히고 사형이 선고된다. 18년이 흐른 지금, 테시가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의 침실 창 밖에 누군가 ‘블랙 아이드 수잔’을 잔뜩 심어 놨다. 협박일까, 경고일까. 과거 사건이 해결된 게 아닌 건가. 사형 집행이 한 달 뒤로 다가온 범인은 무고한 걸까.  작품이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미스터리는 두 개의 주축으로 형성된다. 과거 사건의 진짜 범인은 누구일까. 현재에 테시의 주위를 서성거리는 인물은 누구일까.  이야기는 과거의 테시와 현재의 테시를 교차하며 진행되는데, 사건을 한꺼번에 설명하지 않고 하나씩 흘리듯, 독자를 감질나게 만드는 작가의 기교가 뛰어나..

꽃을 읽기_책 2024.09.23

히든 픽처스_제이슨 르쿨락

20대 초반의 ‘맬러리’는 마약 중독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는 중이다. 그녀의 중독 문제는 약간 억울한 부분이 있는데, 외과 치료의 일환으로 복용하기 시작한 마약 성분의 약이 원인이었다. 육체적 고통을 줄이기 위해 약물에 의존하게 된 것. 의사는 그녀에게 경고를 하지 않았다. 끈질긴 노력으로 약물에서 거의 자유로워졌을 무렵, 새출발의 의미로 맬러리는 직업을 추천받는다. 5세 남자아이, ‘테디’의 보모가 바로 그것. 도시 근교의 으리으리한 저택. 고용주 부부는 친절한 인텔리들이고 아이는 귀엽다. 그곳의 별채에 머물며 일에 적응하던 맬러리는 테디가 그리는 그림에 어떤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고 그 비밀을 파헤치려 든다.  아이가 그리는 의미심장한 그림, 아이가 상상으로 만들어내는 놀이 친구, 외딴 집, 어린 ..

꽃을 읽기_책 2024.08.23

그 환자_재스퍼 드윗-리뷰

‘파커’는 경험은 없지만 의욕과 능력을 겸비한 신출내기 정신과 의사입니다. 첫 직장으로 발을 들인 정신병원에서 ‘조’라는 환자를 알게 되고, 조가 그 병원의 바로 ‘그 환자(the Patient)’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환자’란 어떤 집단에서든 있을 수 있는(혹은 있게 마련인) 말썽꾸러기, 즉 많은 사람들에게 골탕을 먹이고 곤경에 빠뜨리는 그런 존재죠. 그런데 조의 경우는 좀 독특한데다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어린 조가 입원한 이후 30년 동안, 그와 함께 병실을 썼던 다른 환자들은 물론이고 담당 의료진들이 미쳤거나 자살을 했으니까요. 도대체 조는 어떤 인간일까요. 그리고 그렇게 위험한 환자를 30년 동안 맡아온 병원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조의 담당의를 자처한 파커는 비밀을 파헤치기로 합니다. 이..

꽃을 읽기_책 2020.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