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아일린’은 잘 만들어진 캐릭터다. 소설 작법 책의 캐릭터 챕터에서 다룰 만한 인물이다. 동정도 가고 연민도 간다. 동시에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한다. 어떤 부분에선 혐오에 가까운 감정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그녀가 살아온 인생이나 당장 처한 상황을 생각하면 빨리 벗어나라고, 혹은 당장 그만두고 네 인생을 살라고 소리치고 싶어진다. 이 작품은 캐릭터 소설이면서 (약간 다른 의미의) 성장 소설로 읽힌다. 아일린은 시한폭탄 같은 인물이다. 이 소설이 갖는 재미와 매력의 80퍼센트는 모두 이 인물에게서 비롯된다. 작가는 아일린이란 인물을 도구로 독자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데, 이 인물을 무척 전략적으로 사용한다. 인물에게서 비롯된 긴장은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면서도 이야기의 반이 지나도록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