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를 꿰뚫는 정서는 핍박함이다. 절박한 궁핍과 오로지 자연에 의지해야 하는 경제상황, 과학적 사고와는 한참 떨어진 미개한 사고. 외딴 섬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고가 곳곳에 묻어난다. 마을 사람들의 피 말리는 가난과 육지에 하인으로 팔려가는 생활을 벗어나는 길은 난파된 화물선이 바닷가에 나타나는 것뿐이다. 난파선의 화물로 마을 주민들은 아주 잠깐의 경제적 여유를 맛본다. 이야기에서 가장 끔찍한 건 주민들이 난파선을 마냥 기다리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나쁜 기상에 배들이 난파되기를 ‘유도한다’. 난파된 배에 생존자가 있다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 결말의 불행은 어찌 보면 자업자득, 인과응보의 측면에서 당연한 일이다. 이들은 살인자이고 약탈자이다. 잘못된 프로파간다가 대중을 현혹시키고 그릇된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