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읽기_책

버터_유즈키 아사코-리뷰

달콤한 쿠키 2025. 4. 27. 06:47

 

결혼 어플을 통해 만난 남자들을 만나 돈을 갈취한, 소위 꽃뱀범죄의 피의자로 기소된 가지이 마나코’. 가지이의 범죄가 더욱 유명세를 탄 건 남자들이 몇 명 죽었기 때문이다.

돈을 빼앗고 필요가 없어진 남자들을 죽인 걸까. 아니면 자연사? 사고사?

잡지사 기자인 리카가 독점 취재를 위해 가지이의 사건에 뛰어 들지만, 리카는 눈앞의 가지이가 아름다운사람이 아닌 데에 놀란다. 커다란 체구에 살집 풍부한 몸매는 일반적인 여성성과 거리가 먼, 성적 매력이 없는 사람이었다. 저런 사람이 남자들을 꼬드겼다고? 드러나지 않은 게 더 있음을 직감한 리카는 가지이 사건에 적극적으로 개입한다.

 

의문의 범죄가 등장하고 의뭉스러운 용의자와 의욕적인 탐정이 잇따른다. 명목상 미스터리의 외피를 쓰고 있으니 잘 어울리고 바람직한 도입부다.

초반에 매력적인 설정들이 많다. 일단 가지이는 짐작 가능한 팜므 파탈형의 캐릭터가 아니다. 범죄자의 매력에 서서히 빠져들어 결국 그 영향력에 휘둘리는 주인공의 권력 구조는 양들의 침묵에서 보이는 한니발 렉터클라리스 스털링의 구도를 닮았다. 음식을 매개로 캐릭터를 설명하려는 취지도 신선하다. 젠더 감수성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요즘의 소설들과는 달리, 이 작품엔 인물들의 외모에 대해 작가는 직접적인 묘사를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맛이 달랐고 용기 있어 보였다.

 

작품을 통해 작가가 던지는 질문도 꽤 독보적이다. ‘여성성은 여자들의 약점일까, 무기일까. ‘사랑받음’, ‘받아들여짐은 구속일까, 자유일까. 사랑을 얻는다는 것은 성취인 동시에 또 다른 굴레, 속박은 아닐까. 음식과 섹스를 넘나들며 자기 몸의 권리, 인간관계의 역학과 통찰을 담아내려 한 시도 역시 귀 기울일만 했다.

 

하지만 산만하다. 그리고 장황하다.

뒤로 갈수록 초점을 잃고 군더더기를 덧붙이며 우왕좌왕한다. 관념적인 주제를 실체화 하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한 것처럼 읽힌다. 후반부로 갈수록 집중도가 떨어지더니 결론은 다소 성급하다.

재료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많은 분량(거의 600쪽에 육박)이 필요했었나, 하는 의문이 남는다. 가지들을 쳐내고 절반 정도의 길이면 딱 적당했을 것 같다.

 

사족.

 

일본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프로 했다.

실제 사건 개요는 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