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읽기_책

엘리너 올리펀트는 완전 괜찮아_게일 허니먼-리뷰

달콤한 쿠키 2025. 4. 27. 06:53

 

주인공인 엘리너괴짜라는 한 단어로 정의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근면하지만 성실하지는 않고 왠지 외롭고 딱해 보여 손을 내밀고 싶지만 선뜻 그러기 어려운 인물. 주기적으로 술을 마시지만 심각한 알코올 의존증이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는 않고 정해진 루틴에서 한 치도 벗어남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 재미있거나 유쾌한 사람도 아니고, 매력이 아예 없지는 않겠지만 타인들에게 쉽게 자신을 어필할 뭔가가 없는 사람. 선천적인 장애는 없지만 어떤 사고에서 연유된 듯 얼굴의 상처를 주홍 글씨 품듯 살고 있는 사람.

 

주 중에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각에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그게 영 쓴 약 삼키듯 해버려 뭔가 있지 싶다. 엄마랑 연을 끊고 사는 건 맞는데 그렇다면 굳이 연락을 근근히 잇고 있는 것도 뭔가 수상하다.

 

제목이나 표지, 도입부에 등장하는 주인공만 봐서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 괴짜 주인공의 연애+인생 성공 스토리를 기대했는데 이런 전혀 뜻밖의 이야기라니.

 

한 마디로, 요즘 뭐 읽을 책 없어? 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노벨 수상작품이나 유명한 고전 취향이 아니라면, 그냥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읽는다면 읽어 보라고 사주고 싶은 책이다. 진입 장벽 낮으면서 수월하게 읽히고 결국 재밌다, 잘 읽었다이런 감상을 토하게 만드는.

 

이런 책 만나기가 과연 쉽던가.

 

이 책을 다 읽어낸 직후, 내가 휘갈긴 메모는 이랬다.

 

타인에게는 물론이고 스스로에게 우리는 얼마나 친절하고 다정할 수 있을까.

앞으로 나아가고 무언가 성취하고 손에 넣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뒤를 돌아보고 과거를 보듬고 상처를 어루만지는 것.

그게 진정한 가치의 성장이 아닐까.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라면 저게 다인 것 같고, , 그닥 새로울 것도 없다.

특별한 통찰도, 눈에 띄는 각성도 없다. 그냥 평범한 인물을 내세워 좋은 얘기하는 책이라면 주변에 널렸지만, 이 책이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건, 엘리너가 보다 행복해지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는 점. 그런 면에서 인물의 트라우마 극복기로 읽어도 무방하다.

그것조차 평범할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제 주변에 높고 두꺼운 벽을 세웠던 엘리너가 결국엔 타인의 도움을 바라게 된다는 것. 친절을 베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친절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것도 친절이라는 것.

 

홀로서기가 완벽히 혼자임을 의미하는 건 아닐 터. 영화 어바웃 어 보이의 대사가 생각난다.

 

인간은 섬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