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퀴어.
그들의 가족, 이웃들, 그리고 연인들.
고유의 속도로 제각각 흐르다가 반가이 만나기도, 다시 헤어지기도 하는 여러 갈래의 물줄기.
그것들이 이뤄내는 커다란 강.
햇빛에 반짝이는 수면 아래 뭐가 있을까.
먹히고 썩어가는 죽은 짐승은 생전에 어떤 꿈을 꾸었을까.
이 책을 읽자마자 적은 메모인데, 더 이상의 세세한 면을 기억하자니 어렵다. (읽은 지 두 달 가까이 지났다)
대단히 방대한 시간대를 아우른 소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한 가족의 많은 구성원들이 나오는데 인물들이 많았던 것도 기억난다. 현실적인 공감이 가는 인물들도 있었고 동화 속의 인물처럼 캐리커처로 묘사되거나 모호하게 처리된 인물들도 있었다.
이런 모호함은 작가가 의도한 것처럼 보이는데 이야기의 몽환적인 분위기에 잘 어울리기도 했지만 현실감을 떨어뜨리는 데에도 한몫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서인지 다 읽고도 풀리지 않은(답을 줄 수 없는) 의문이 남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야기 자체로는 뭐랄까, 잘 읽히기는 하지만 남는 건 크게 없었던, 대가족을 통해 그 시대를 대변했던, 예전의 대하 TV 드라마 같았달까. 시대물로서의 기능은 다소 약하고 인물에 집중했으며, 방대한 이야기를 하느라 작가의 호흡이 다소 허겁지겁 했던 것 같다.
보통 타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들은 (적어도 나에게) 진입 장벽이 높은 편인데(우리나라 역사도 잘 모르는데, 감히 다른 나라의 역사에 과연 공감할 수 있을까) 이 작품은 기우였다.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잘 읽혔고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다. 그건 아마도 자국의 역사와 인간의 이야기 사이의 균형을 잘 잡아준, 인간과 삶의 여러 측면들을 잘 보여준 작가 덕분이겠지.
자국인 대만에서는 ‘퀴어 문학’으로 소개되고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걸로 기억되는데, 주변의 많은 인물들에 섞여 두드러지지 않았기 때문인지 이 소설을 정의하고 소개하기에 적당한 도구는 아닌 것 같다. 아니면 작가는 그들의 삶을 전면적으로 드러내는 게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일지도.
사족.
음력 7월 보름은 불교의 ‘백중일’과 겹친다. 불교에서도 그날 망자들을 위해 예를 갖추고 제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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