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을 떠난 친구의 집을 봐주는 화자가 한밤중에 유령들을 목격하는 이야기인 렉싱턴의 유령>은 일종의 괴담이다. 소위 ‘유령 이야기’로 알려진 다른 괴담들과는 차이가 있는데 유령은 그냥 유령일 뿐이라는 것. 그들에게 있음직한 대단한 사연이 소개되는 것도 아니고 혼이 빠질 정도로 비명을 지르는 주인공도 없다. 화자는 그저 유령들이 그들만의 시간을 갖도록 제 존재를 감춘다. 특이하다면 특이한 이 작품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읽힌다. 그럴 필요가 없다면 굳이 코를 들이밀지 않는 타인과의 거리감을 이야기한 작품으로 읽었다. 녹색 짐승> 역시 괴이한 존재가 등장한다. 땅 속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낸 녹색의 생명체는 주인공의 머릿속 생각을 읽는 능력을 가졌을 뿐, 악의라고는 전혀 없어 보인다. 남편이 일하러 나가고 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