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다 보면, 그 나라의 문화나 풍습 등이 자연스럽게 익혀지게 된다. 속속들이 알기는 어렵겠지만 겉핥기는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의 언어를 잘 하는 게 목표라면, 그 나라의 문화나 풍습을 접하려는 노력을 함께 한다면 언어 습득이 보다 수월해지는 경우가 있다. 현지 생활 경험이 외국어 습득에 크게 도움이 되는 건, 물론 언어 사용의 빈도가 훨씬 많아지는 것도 있지만 그들의 삶에 스며든 문화나 철학 등을 알게 될 기회도 많아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우리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태어나면서 말하고 배운 생활어라, 한국어에 밀착되어 있는 우리로서는 우리말에 그다지 깊이 알고 싶은 마음이 거의 없다. 마치 공기의 존재를 거의 모르고 지내는 것처럼. 우리가 굳이 한국어 문법을 공부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이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우리가 우리의 문화, 풍습에 대해 알고 있는 것도 그리 많지 않다. 언어는 문화의 산물이고 역으로 그것을 증명하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것 같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인 저자가 우리말을 소재로 여러 매체에 실은 글들을 모은 책이다. 상식과 교양, 그리고 약간의 문법으로 채워졌다. 무척 재미있고 유익하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니, 우리말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특히 몇 개 단어의 뿌리를 살피는데, 그 사고와 탐험의 과정이 무척 재미있다. ‘삶의 품격을 높이고 어휘력을 높이는 국어 수업’이라는, 표지의 태그 라인은 약간 과장된 면은 있지만 일면, 그런 부분이 아주 없지는 않다. 우리가 무심코 쓰는 단어가 어떤 모습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 우리의 삶에 자리잡았는지를 살피는 건, 마치 고고학자가 한 개의 뼈로 고대인들의 삶을 알아내는 것과 흡사하다.
책의 편집은 그다지 모범적이지는 않다. 자료 사진을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 건 좋은데, 본문에 이미 나온 문장을 강조하느라 한 면을 할애하는 것은 지면 낭비처럼 보인다. 각 챕터의 소제목만으로도 충분해 보인다.
시리즈로 나왔으면, 하고 바라는 책이다. 이 좋은 내용에 책 한 권은 부족해 보인다. 사소하지만 중요한 발견을 했달까.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잘 모르는 건 외국인이 아니라 오히려 자국민들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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