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4

헬로 뷰티풀_앤 나폴리타노-리뷰

주인공으로 네 자매가 등장하는 이 소설은, 작가가 의도를 했을지는 몰라도 ‘루이자 메이 알콧’의 ≪작은 아씨들≫의 다른 버전으로 읽힌다. 게다가 이야기가 좀 뻔한 구석이 있다. ‘작은 아씨들’을 염두에 두고 읽자니 더 그렇다. 이 사람은 나중에 글을 쓰겠네, 하면 작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사람은 나중에 일찍 죽겠네, 하면 병에 걸린다. 넷 중에 한 명은 동성애자가 아닐까, 했더니 느닷없이 커밍아웃을 한다. 예쁘게 봐주려는 필터를 벗기면 아침드라마에나 어울릴 법한 막장 요소까지 보인다. 점입가경이다. 불륜에 가까운 사랑에 불치병이라니. 너무 뻔한 거 아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진짜 재미있게 읽었다. 물론 독자들마다 ‘개취’가 있으니, 이 작품의 뻔함과 결말의 신파를 싫어할 수도 있겠다. ..

꽃을 읽기_책 2025.04.15

아서씨는 진짜 사랑입니다_엘리자베스 버그-리뷰

❝저도 무덤에서 뭔가를 느껴요.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뭔가가 느껴져요.”“뭘 느끼는데?”“평온함이랄까… 안도감이랄까. 자 됐습니다. 다 풀지 못했더라도 이젠 펜을 내려놓으세요. (78쪽)❞ ❝내 눈에는 시든 잎도 여전히 예뻐요. 시들어 떨어지는 것도 생의 일부잖아요. 꽃망울이 맺힌 상태로 우리 집에 와서 꽃잎을 활짝 벌려 고운 자태를 뽐내다가 이젠 이별을 준비하는 거잖아요. 서서히 이별을 준비하게 놔둬요. 떠날 때가 되면 알아서 떨어질 거예요. 어느 한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때가 없어요. (253쪽)❞  도시락을 들고 죽은 아내의 무덤을 매일같이 찾는 80대 노인 ‘아서’, 편부슬하의 가정에서 외롭고 쓸쓸한 나날을 겨우 살아내는 십대 소녀 ‘매디’, 그리고 아서의 이웃이자 전직 선생님이고..

꽃을 읽기_책 2025.01.23

베리 따는 사람들_아만다 피터스-리뷰

1962년 여름. 캐나다와 미국의 국경을 넘나들며 농작물 수확을 돕는 북미 원주민 가족. 집안의 네 살짜리 딸, ‘루시’가 감쪽같이 사라진다. 남은 가족들은 루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생업을 놓칠 수가 없다. 한 곳에 머무를 수 없는 일의 특성으로 가족은 막내딸이 사라진 지역을 떠날 수밖에 없다. 루시의 가장 마지막 모습을 본, 두 살 위의 오빠 ‘조’는 여동생의 실종에 대한 부채를 평생 지고 산다.  한편, 미국의 다른 지역. ‘노마’라는 여자아이는 뭔지 모를 꿈에 시달린다. 평범한 꿈 같기도, 악몽 같기도 한 그 꿈은 너무나 생생해 차라리 현실 같다. 거의 과보호에 가까운 엄마의 양육 방식은 성장하는 노마에게 덫처럼 여겨지고 부모와 다른 피부색, 유전학적으로 달리 생긴 귀의 생김, 과거의 화재로..

꽃을 읽기_책 2024.11.21

먼 목소리, 고요한 삶_Distant Voices, Still Lives_1988-리뷰

시퀀스를 쪼개 섞어 이어붙인 만듦새는 조각보 공예품, 내지는 거대한 모자이크화(-畵) 같다. 멀리서 봐야 잘 보인다. 이야기 전달에 대사보다 노래에 더 의존하는 면에서는 한 편의 오페라 같기도 하다. 와 라는 제목의 두 편의 짧은 영화를 붙여 만든 영화(라고 한)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는 ‘폭력’이다. 폭압적인 부친이 등장하고 그것을 감내하는 가족들이 나온다. 폭력의 원인이 뭔지, 가정의 나머지 구성원들이 어떻게 그것을 견디는지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카메라는 마치 내 알 바 아니라는 듯 냉정하다. 인물들은 때때로 시선 밖에 방치된다. ‘가부장의 폭력’의 대척점에 있는 모성을 일방적으로 찬양하지도 않는다. 이런 무심함은 가정폭력에 대한 사회적 시선, 그리고 가족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취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