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무덤에서 뭔가를 느껴요. 구체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뭔가가 느껴져요.”“뭘 느끼는데?”“평온함이랄까… 안도감이랄까. 자 됐습니다. 다 풀지 못했더라도 이젠 펜을 내려놓으세요. (78쪽)❞ ❝내 눈에는 시든 잎도 여전히 예뻐요. 시들어 떨어지는 것도 생의 일부잖아요. 꽃망울이 맺힌 상태로 우리 집에 와서 꽃잎을 활짝 벌려 고운 자태를 뽐내다가 이젠 이별을 준비하는 거잖아요. 서서히 이별을 준비하게 놔둬요. 떠날 때가 되면 알아서 떨어질 거예요. 어느 한순간도 소중하지 않은 때가 없어요. (253쪽)❞ 도시락을 들고 죽은 아내의 무덤을 매일같이 찾는 80대 노인 ‘아서’, 편부슬하의 가정에서 외롭고 쓸쓸한 나날을 겨우 살아내는 십대 소녀 ‘매디’, 그리고 아서의 이웃이자 전직 선생님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