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은 70년대 헝가리. 제목인 ‘장미 박람회’는 헝가리 국영 방송국의 PD, ‘코롬 아론’의 연출 데뷔작으로, 원래는 ‘우리들은 죽는다’라는 제목으로 기획된, ‘죽음’에 관한 다큐멘터리이다. 의도인 즉, 죽어가는, 혹은 더 이상 치료가 의미없거나 불가능한 환자들을 섭외하여 생생한 죽음의 현장을 보여주자는 것. 대단히 불온하고 엽기적이며 선정적인 취지인 것처럼 보이지만, 반대로 꽤 철학적인 감흥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획일 수도 있다. 모두 만들기 나름. 생각해 보면 우리 공중파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 같다. 직장인들의 ‘3일’을 화면에 담는 기획 중 한 편으로, 호스피스 병동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주제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엔 죽음에 임박한 환자들이 조연이었던 반면, 이 소설 속의 프로그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