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쓴 적이 없으면서 글을 쓴다 믿었고 사랑한 적이 없으면서 사랑한다 믿었으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닫힌 문을 마주한 채 기다리기만 했다.』 소설 서두에 나오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소설, ≪연인≫ 속 문장은 화자를 잘 보여주는, 상징적인 인용이다. 화자는 두 자녀를 둔, 결혼 15년 차의 주부다. 경제적으로도 전혀 문제가 없고 그녀 자신도 좋은 직업을 갖고 있다. 남편에게도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바쁘고 정신없고, 익숙함에 매몰된 무관심을 보이다가 그런 와중에도 알맞은 순간에 사랑을 표현하는, 오히려 다정한 남자다. 그럼에도 화자는 매우 불행하다. 아니, 스스로 불행하다 느낀다. 화자는 남편의 사랑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남편이 자신을 떠날까 두렵고 불안하다. 사소한 행동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