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04 3

신앙_무라타 사야카-리뷰

여섯 편의 단편과 에세이 두 편이 실렸다.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표제작인 신앙>이다.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 한몫 잡으려는 인물과 그를 의심하면서 서서히 동조하게 되는 다른 인물을 통해 종교(믿음)의 본질을 살핀다. 누군가 마음의 평화와 구원을 얻는다면 사이비라도 상관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위험해 보이나, 사실을 알고 보면 거대 종교 역시 사이비의 성질을 갖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일상에서 우리가 누리는 모든 취향, 물질에 대한 애호의 속성 역시 (사이비) 종교가 사람들을 세뇌시키는 것과 비슷하다는 작가의 주장에도 공감이 간다. 틀에 박힌 사고의 빈틈을 비집고 들어가는 기발한 전개, 아이러니 가득해 어이없는 웃음이 절로 터지는 결말이 인상적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 작품만은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꽃을 읽기_책 2024.12.04

귀나팔_리어노라 캐링턴-리뷰

주인공은 92세의 ‘메리언’. 스스로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 생명체가 아닌 사물로 인식하고 있는 그녀는 아들 내외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활달하고 매우 부유한 친구 ‘카르멜라’가 방문하고 메리언에게 ‘귀나팔’을 선물한다. 잘 들리지 않아 애를 먹던 메리언에게 아주 유용한 선물이었던 것. 하지만 메리언은 듣고 싶지 않은, 굳이 듣지 않아도 될 말을 듣게 된다. 아들 내외가 자신을 노인 요양 시설에 보내기로 작당하고 있었다.  이야기는 진행할수록 진화를 거듭한다. ‘노인’, 특히 ‘여자 노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 이야기는 계급의 이야기로 방향을 틀었다가 살인 사건이 한 건 터지더니 정치의 아이러니, 지구와 생태, 환경 문제로 거듭나다가 마녀와 흑마술이 나오고 세기말 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

꽃을 읽기_책 2024.12.04

우리는 거짓말쟁이_E. 록하트-리뷰

십대의 ‘케이든스’와 ‘조니’, ‘미렌’은 또래의 사촌지간이다. 대부호인 할아버지 소유의 ‘비치우드’ 섬엔 엄마와 이모들의 저택이 하나씩 있다. 어렸을 때부터 여름 휴가철이면 언제나 그곳에서 함께 추억을 만들던 세 사람에게 이모가 사귀는 인도 출신 애인의 조카 ‘갯’이 합류한다. 갯은 자연스럽게 그들과 섞이고 케이든스는 갯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해 여름. 케이든스는 모종의 일을 겪은 후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편두통과 너무 많다 싶은 약물 투약 이상으로 심각한 건 바로 부분적 기억 상실, 기억이 뚝 잘려나간 2년 전 여름, 그 섬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비치우드 섬은 (물론 가상의 섬으로) 잘 설계된(작가의 의도를 한층 잘 살리도록 고안된) 무대다. 그곳은 하나의 작은 세계다. 별장이 ..

꽃을 읽기_책 2024.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