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소설 2

작은 손_안드레스 바르바-리뷰

❝그것 말고는 달리 사랑하는 법을 몰랐다. (36쪽)❞ ❝누군가는 인형이 소리치지 못하도록 그 입을 막아야 했다. 나였던가? 너였나? 누군가는 인형을 밀어야 했다. 우리가 모두 바닥에 넘어졌고 그 인형 위에 있었으니까. 누군가는 그 인형을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 발길질하지 못하도록, 그래서 차분해지도록, 다른 어떤 인형도 그런 적 없을 만큼 차분해지도록, 너무 차분해서 우리가 숨을 돌리기까지 한참이 걸리도록.  인형아, 나는 여러 날을 울었어. 그리고 너를 그리워했어.  우리는 밤새도록 꼼짝않는 그 인형과 놀았다. (124쪽)❞   일곱 살의 ‘마리나’는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 들어간다. 그곳엔 다른 아이들이 있다. 그 아이들에게 마리나는 이방인이다. 마리나와 아이들은 서로를 탐색하며 친구가 될..

꽃을 읽기_책 2025.01.25

나무좀_라일라 마르티네스-리뷰

할머니와 손녀가 교대로 화자로 나선다. 4대에 걸친 가족사가 펼쳐지는데 할머니는 주로 과거, 손녀는 현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푼다. 그들의 가족사를 주변으로 스페인의 근대사(프랑코 정부의 독재), 자본주의의 폭력, 핍박받는 여성의 삶, 계급, 가난과 억압 등의 이슈가 서사의 층위를 다양하게 한다. 200쪽 정도의 짧은 분량 안에 4대에 걸친 여자들의 삶이 효과적으로 전달된다. 이야기가 오랜 세월을 거슬러야 할 때, 반드시 대하소설이 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두 여자가 사는 집은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이면서 비밀과 악의를 품은 또 하나의 중요한,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다. 어둠의 그늘이 곳곳에 도사리고 정체 모를 (초현실적인) 존재들이 출몰한다. 보통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미래를 예지하는 할머..

꽃을 읽기_책 2024.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