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에게 서사를 주어야 할까’라는 쟁점 아래, 소설, 영화, 드라마 등에 등장하는 악, 악행, 악당의 다양한 모습들을 아홉 명의 저자들이 각각의 시선으로 풀어낸 책이다. 에세이로 접근했다가 큰코다쳤다. 그보다 문화 평론, 사회 비평에 가까운 글들이 많았고 그 수준이 다양하다. 대부분 쉽게 읽었지만, ‘강덕구’와 ‘윤아랑’의 글 들은 어려웠다. 책의 기획 의도에 정확히 맞아 떨어지지 않는 글들도 더러 있었는데, 넓은 맥락에서 보면 아주 멀게 있지는 않았다. 포문을 여는 ‘듀나’의 글은 ‘악인에게 서사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의 즉답처럼 읽힌다. 그 내용에 얼마나 동의할 수 있는가는 둘째 치고 이 책의 전체적인 취지에 가장 근접한, 시원시원한 주장이 속 시원한 글이었다. 퀴어 평론으로도 읽히는 ‘전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