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인 줄 알았어요.
난데없이 떨어지기 시작한 빗방울이
하나도 낯설지 않았거든요.
가을을 재촉하는 비였겠지만
하나도 차갑지 않았거든요.
따뜻하게 어깨에 내려앉는 빗방울이
당신의 손길을 닮았거든요.
당신인 줄 알았어요.
어디선가 풍겨오는 국화꽃 향기가
하나도 낯설지 않았거든요.
한참 전에 지나온, 당신과 나의 거리 만큼이나 떨어진
그 꽃집에서 나를 따라온 것이겠지만
정신을 잃을 정도의 나긋한 그 꽃향이
당신의 체취를 닮았거든요.
당신인 줄 알았어요.
창밖을 스쳐지나가는 누군가의 모습이
하나도 낯설지 않았거든요.
당신을 닮은, 어쩌면 나와는 전혀 인연이 없는
완전한 타인이었겠지만
그 손끝의 작은 떨림조차
당신의 모습을 닮았거든요.
난 그게
그 사람이
지금 미치도록 그리운
그 그리움에 애간장을 녹이는
그 고통에 온 신경을 찢어놓는
당신인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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