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 프란시스는 무용수이지만 전속은 아니고 땜빵입니다.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지만 그 기회란 것이 쉽게 올 리 만무하죠. 그러던 어느 날, 사소한 의견 차이로 남친과 틀어지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완전 베프’인 룸메이트 소피가 독립을 하겠다고 나섭니다.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고 만 프란시스. 꿈을 이루기 위해 갈 길은 멀고 지갑은 점점 얇아져 가고,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요.
영화 속의 뉴욕은 ‘꿈과 성공의 도시’입니다. 우리의 60~70년대, 어쩌면 여전히 우리에게 있을지도 모르는 ‘서울’에 대한 환상을 그대로 반영하죠. 프란시스도 그 안에 속해 있지만 그의 삶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나 ‘섹스 앤 더 시티’에 보이는 커리어우먼들의 모습이나 ‘세린디피티’의 로맨틱한 삶과도 거리가 멀죠. 오히려 로맨스나 성공은커녕 소피의 이사 후엔 하룻밤 잘 곳도 구하기 어려워 전전긍긍하기 바쁩니다. 영화는 이런 상황의 프란시스의 일상을 따라가며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주인공인 프란시스의 최대 무기는 ‘꿈’과 ‘유머 감각’입니다. 프란시스는 자신의 삶을 힘들게 하는 자신의 인생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적대시하는 대신, 오로지 자신의 ‘꿈’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며 너그럽게 화해하는 쪽을 선택하죠.
하지만 영화는 프란시스가 자신의 꿈과 사랑을 이루는 과정을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에게서 멀어지는 그것들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대한 이야기죠.
프란시스는 그런 와중에서도 자신의 ‘존엄’을 잃지 않습니다. 사랑이나 일자리는커녕 제대로 된 잠자리 한군데 구하기 어려운데도 주눅 들지 않고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냅니다. 영화 속의 프란시스는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불행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고생’을 ‘고생’이라고 여기지 않고, 그저 사는 동안 언제든 마주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는 ‘작은 장애물’이라고 여기는 것처럼 보여요. 그럴 때마다 그는 항상 웃고 꿈을 포기하지 않으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그것들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고 있지요.
프란시스가 자신의 ‘존엄’과 ‘꿈’을 꿋꿋이 지킨 대가로 엔딩엔 작은 보상이 기다립니다. 그 보상은 어쩌면 하찮을 수 있고, 프란시스의 꿈은 아직 험한 여정이 남아있으리라 예상되지만 그 작은 ‘성과’는 프란시스에게 ‘아직 꿈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힘과 위로를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감 가는 인물에 보편적인 이야기, 닥치고 해피엔딩도 아닌 이 영화는 이 땅에, 혹은 우리 주변에, 어쩌면 바로 우리 자신을 위한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위로 받는 기분이 들어 무척 행복했거든요. 게다가 프란시스 같은 사람을 가까운 친구로 두고 있다면 인생이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우리 자신이 프란시스 같다면 더 할 나위 없겠죠.
사족.
1. 프란시스와 친구 벤지가 농담처럼, 하지만 매우 진지한 의미로 주고받는 ‘undateable’이란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데이트할 수 없는’, 영화 속에선 ‘(애인이) 생기지 않는’이라고 번역했더군요. 사전에 있는지는 확인을 못 해봤고, 당분간은 카톡 프로필에 자주 써먹을 것 같아요.
2. ‘Frances Ha’라는 타이틀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는 엔딩에서 보입니다. 의미심장하고 귀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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