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분식점에서 일하는 혜숙은 안동에 사는 엄마가 위독하다는 전화를 받고 급히 그곳으로 달려갑니다. 하지만 그게 딸을 보고자 했던 엄마의 거짓말임을 알게 된 혜숙은 화를 내며 다시 서울로 올라가려 하죠. 그런 혜숙을 붙드는 엄마는 혜숙의 초등학교 동창인 택규의 부친의 부음을 전합니다. 옛친구와의 의리도 있고 마침 어린 시절, 택규와 더불어 삼총사로 어울렸던 기주도 안동에 와있는 터라, 혜숙은 엄마 곁에 잠시 머물기로 결정합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드라마로서보다 ‘안동 알리미’로서의 기능이 앞섭니다.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안동 홍보용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관람 후, 검색을 통해 알아본 결과, 영화에 그런 노골적인 목적이 있지는 않았다는 걸 알게 됐죠.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 자체에 그런 목적이 아주 없지는 않았으리라고 생각해요. 그 증거로……,
영화는 (이야기와 상관없이) 안동의 풍물(이를테면, 헛제사밥 같은)이나 안동에서 셀카 찍기 좋은 장소, 안동의 명소 등을 끊임없이 화면에 담습니다. 하지만 그 ‘지방색’이라는 것이 너무나 피상적이고 천편일률적이라, 춘천 같은 데에서 이 영화를 찍었어도 비슷한 영화가 나왔을 것 같아요. 지방색을 드러내는 것에 그렇게 노력을 했음에도 영화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다는 말이죠. 개성이 없어요.
처음에 얘기했던 ‘드라마로서의 기능’은 어떨까요.
드라마의 재료는 많습니다. ‘이야기 택시’ 같은 아이디어는 기발하지는 않았지만 재미있었고요. 하지만 그 많은 재료들을 잘 섞는 데엔 실패했습니다. 아이디어들이 커다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각각의 아이디어들이 서로와 영향을 주고받으며 산처럼 쌓여야 하는데, 그저 일렬로 늘어서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 끝나면 다음 에피소드, 그거 끝나면 또 다른 에피소드, 이런 식인 거죠.
이런 병렬적인 구성은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방식이 즉흥적이라는 것에 원인을 두고 있으며, 내러티브의 즉흥성은 복선을 깔지 않은 때문이고, 그건 결국 초반 작업이 허술했던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는 물론 작가나 감독의 머릿속에서 나오지만, 이야기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자체적인 동력을 지녀야 합니다. 거침이나 막힘없는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는 적당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며, 그 동기부여는 에피소드들의 개연성과 인물들이 크게 좌우하죠. 이 영화 속엔 인물들에 대한 관객의 공감도가 그렇게 높아 보이질 않습니다. 대체 왜? 대체 무슨 일이야? 이런 질문을 하는 통에 겨를이 없는 거죠.
단적인 예로, 주인공인 혜숙을 보세요. 혜숙은 적당히 갈등하다가 적당한 시점에서 타협을 합니다. 엄마, 딸, 남편 등등의 사람들과 갈등이 있지만 그 실체는 불분명하죠. 걱정하고 밀어내고 거부를 당하는데, 그런 감정에 관객으로서 이입이 되질 않는 겁니다.
혜숙을 연기한 심혜진도 영화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것이 보입니다. 심혜진은 능숙하고 좋은 배우지만, 이야기 안에서 길을 잃은 것이 보여요. 그건 기주 캐릭터를 연기한 전노민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경우엔 얄팍하고 단순한 단역을 연기한 배우가 가장 돋보이는 법입니다. 보여줄 내면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요. 중요한 배역을 연기하는 다른 배우들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캐리커처 식의 외면만 충실하게 보여주면 되는 겁니다. 혜숙의 악질 남편을 연기한 배우, 윤희원이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마도 그 때문이겠죠.
심혜진의 오랜만의 스크린 컴백 작품이기도 했고, 포스터와 타이틀이 풍기는 포스에 반해 관람한 영화였는데, 감상은 그저 그랬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실망하지 않았던 이유는 언젠가 안동에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 때문인데, 그건 영화가 보여준 안동의 모습이 피상적이었지만 예뻤기 때문이에요. 반짝거리는 놋쇠 그릇에 담겨 나오는 음식들도 식욕을 자극했던 이유도 있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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