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 리틀 히어로 (2013)
My Little Hero
8.8
뮤지컬 감독인 유일한은 경력도 형편없고 학력도 가짜에다가 자존심 세고 허세 가득한 속물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아동 뮤지컬로 만족할 인물이 아니죠. 그런 그에게 기회가 옵니다. 대형 뮤지컬의 음악 감독과 주연 아역 배우를 뽑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 제의가 들어오죠. 일한으로서는 최고의 기회이기는 하지만 노래만 듣고 그가 선택한 주연 도전자는 개인기도 없고 음악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혼혈아인 영광이. 처음부터 삐거덕거리기 시작합니다.
영화의 재미는 드라마보다 뮤지컬 장르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애니’같은 어린이 뮤지컬 영화하고는 다르지만, 진행되는 오디션을 따라 보여주는 뮤지컬 장면들은 시각적인 재미와 흥분을 전해주는 데에 충분합니다. 특히 재능 많은 아역 배우들의 춤과 노래를 듣고 있으면, 영화와는 별개로 뮤지컬 한 편을 본 것 같은 충만한 느낌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영화를 뜯어본다면, 시작부터 로맨틱 코미디 같은 장르에서 숱하게 우려먹은 공식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 보여요. 서로 어울리지도 않고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두 사람을 짝 지워 놓고 티격태격 싸움판에 밀어 넣고서는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두 사람이 서로를 발전시키고 스스로도 변화하며, 무언가를 깨닫고 진정한 가치를 찾는다는 이야기죠. 인물도 뻔하고 예측 가능한 결말에 갈등도 약하고 해결은 쉽고, 영화의 목적도 눈에 훤히 보입니다. 게다가 이런 영화에서 꽤 자주 그래왔듯이 클라이맥스에서 이어지는 엔딩은 교훈 주기에 급급하죠.
이런 설정에서 이런 인물들로 할 수 있는 얘기는 그다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중요한 건,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얼마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느냐 하는 거죠. 뻔하고 유치하긴 해도 모두가 동조할 수 있는 그런 거요.
김래원이 연기한 유일한이란 인물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인물입니다. 허세에 쩔어 있고 드러나는 모습이 내면보다 더 중요한 이 사람은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우리가 숱하게 알고 있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필리핀인 엄마와 한국인 아버지를 둔 영광이의 갈등이 자신의 선택의 결과가 아니었던 것에 반해, 유일한의 갈등은 오롯이 자기 탓이죠. 이 사람이 자신의 거짓을 드러내고 제 모습을 인정하는 클라이맥스는 감동적이라기보다 오히려 통쾌하기까지 합니다.
영화는 유일한이란 인물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고, 세상에 솔직해지고, 당당해져야만 본연의 자신을 찾는 거라고 말합니다. 세상으로부터 인정받고 받아들여지는 것에 연연해한다면 결국 사람은 자신만을 아는 이기적인 동물이 되기 쉽죠.
또한 유일한과 영광이의 관계를 통해 살면서 우리가 만나는 ‘빚’과 ‘책임’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타인과의 약속은 결국 자기 자신과의 약속이죠. 그것은 자신이 갚아야 할 채무입니다. 타인과의 관계에 불성실하다면 스스로에게도 그 허점을 드러내기가 쉬운 거죠.
귀가 아프게 들어온 가치들이라도 정작 우리가 실제로 행하고 있는 것들은 손에 꼽습니다. 이 영화의 메시지 처럼요. 우리가 몰라서가 아니라, 나약하고 흔들리기 쉬운 존재이기 때문이죠. 데일 카네기의 말처럼, 온갖 감정과 편견, 쓸데없는 자존심과 허영의 덩어리인 것이 바로 인간들이란 말이죠.
그런 면에서 클리셰 조합에 뻔한 공식의 영화지만, 결과물이 주는 영향력은 좋습니다. 새해에 무언가를 이루고 자신의 인생에 변화를 주고 싶다면, 새해의 결심을 다지고 싶다면 이런 영화는 꽤 힘이 될 것 같습니다.
사족입니다만, 김래원이 살이 많이 붙었어요. 예전의 날렵한 분위기는 사라졌지만, 오히려 수더분해 보여서 더 좋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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