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읽기_책

마법에 걸린 집을 길들이는 법_찰리 N. 홈버그-리뷰

달콤한 쿠키 2025. 7. 12. 17:04

 

유능하지도 유명하지도 않은 작가 메릿은 뜬금없이 외할머니로부터 집을 상속받는데, 외딴 섬에 백 년 넘게 빈집으로 존재해왔던 그 집은 바로 마법에 걸려 있던 집!!! 그런데 그 마법의 집이란 게 흔히 상상하는 으스스한 귀신 들린 집은 아니고, 소위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 현상이 심심찮게 나타나는 정도라, 그저 다소 과한 장난을 일으키는 귀찮고 불편하고 성가신 존재 이상은 아니다.

여기에 마법 부동산 관리국소속의 헐다라는 여자 마법사가 합류하고, ‘사일러스란 이름의 사악한 마법사가 빌런으로 등장하여 한판 대결을 벌인다.

 

이야기는 대략 이런 식으로 진행하는데 전체적으로 심심하고 지루하다. 게으르고 고리타분한데다 약간 경박한 느낌도 든다.

아이디어와 설정은 꽤 괜찮다. 잘 다뤘다면 매력적인 고딕+판타지+미스터리+스릴러 장르의 이야기가 늘씬하게 뽑혔을 것도 같은데, 소재를 다루는 방법이 좀 서투르다고 해야 하나.

 

일단 판타지+모험 소설로서 긴장과 재미가 떨어진다. 마법은 평범하고 모험과 액션의 비중이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마법의 대결이 너무 뒤늦게 등장하고 흔한 육탄전 이상은 아니어서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반면 밑도 끝도 없는 로맨스가 독자의 발목을 잡고 늘어지는데 이게 좀 고루해 보인다. 흥미도 설렘도 생기지 않는 로맨스가 이야기의 절반을 차지하는 통에 진행은 더디고 지루해진다. 판타지 소설에 로맨스가 양념처럼 붙는 것이 아니라 로맨스를 위해 판타지 요소가 동원된 느낌이랄까.

거의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 책에서 기대하는 것은 판타지+모험이지 로맨스가 아닐 것이다. 작가는 이야기의 동력을 로맨스에 두고 싶어 한 것 같은데, 그러려면 로맨틱함 이상의 무엇이 있어야 했다. 사실 메릿과 헐다의 연애 사건엔 로맨틱함도 별로 없이 지루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최대 빌런 사일러스의 존재감이 너무 약하다. 그저 필요에 의해 꿰어 맞춰 데려다 놓은 캐릭터 같다. 역할도 비중도 사악함도 한참 모자란다. ‘학대받은 경험=사악한 인격이라는 공식도 진부하다. 독자들이 납득할 만한 동기가 제시되지 못한다면 그냥 클리셰다.

 

메릿보다 헐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 자체는 괜찮다. 하지만 헐다라는 캐릭터를 알게 될수록 결혼이 늦어 초조해 하는 노처녀로 보이는 건 내 탓만이 아닌 것 같다.

 

판타지 이야기의 무대는 하나의 캐릭터다. 조심스럽게 선택되어 디테일하게 설정되고 신중하게 보여줘야 한다. 하지만 이 작품의 무대는 보드게임 속 세계 같다. 마법 열차가 상용되고 마법의 존재가 공공연하게 드러난 모습은 우리가 알고 상상하는 1846년의 영국이 아니다. 초현실적인 세계가 진짜처럼 보이려면 그것은 숨겨져 있어야 한다. 마법의 집 역시 장난꾸러기, 동네 초딩 양아치 수준이다. 무한하고 비물질적인 영혼에 유한한 육화된 삶을 부여하는 결말은 과연 해피엔딩일지 사뭇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