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인물인 E는 직장인이다. 쉬는 날엔 집 근처 산책도 나가고 가끔 등산도 하는 것 같고 빨래 걱정을 하는 걸 보니 집안일도 적당히 신경 쓴다. 직장에 나가면 대놓고 졸고 점심도 꼬박꼬박 잘 챙겨 먹는다. 퇴근 후엔 동료들과 술잔도 기울이고 안주 고르는 데 가격이나 가성비 따위 크게 따지지도 않으니 경제적으로도 큰 압박이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이야기 내내 비가 내리고 집안의 곰팡이가 신경 쓰이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비 맞고 신발 젖는 게 싫으면 우산을 쓰거나 장화를 신으면 되고 곰팡이가 귀찮으면 팡이 제로를 뿌리거나 방수 공사를 다시 하거나 최소한 도배를 다시 하거나, 그래도 정 안 되면 다른 집으로 가면 되는데, 이런 설정은 일종의 장치로 보인다. 주인공을 점점 잠식하고 숨 막히게 만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