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읽기_책

체르노빌의 목소리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달콤한 쿠키 2012. 12. 5. 23:25

 


체르노빌의 목소리

저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출판사
새잎 | 2011-06-07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체르노빌은 우리의 미래다! 2006년 미국 비평가 협회상 수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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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년에 있었던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관한 책입니다.

 

지역 주민, 이웃 주민, 철거에 참여했던 사람들, 자원봉사자, 의료진들, 군인들, 소방관들, 그들의 친구와 가족 등, 저자가 사고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사람들을 일일이 취재하며 그들의 증언들을 녹취한 거의 그대로 엮어낸 책이에요. 그래서 안의 문장들은 때로 거칠고, 때로 앞뒤도 안 맞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생생한 느낌을 전달합니다. 이 책은 거의 공포와 고통에 찬 자기고백에 가까워요.

 

인터뷰이들은 당시 그 사고가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그 사고에 의해 삶이 얼마나 철저히 짓밟혔는지 들려주고, 나아가 과학 발전과 삶의 질적인 향상을 위해서라지만, 우리 인류에게 원자력 발전이 꼭 필요한 것인지, 전체주의를 위해 개개인의 권리와 안전이 무시되는 게 과연 옳은 일인지에 대해 독자들에게 깊은 반성과 성찰의 실마리를 제공해 줍니다.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에 대한 깨달음, 민중들의 슬픔, 희생자로서의 당연한 분노 같은 감정이 마구잡이로 섞여서 올라오는 것을 경험하는 일은 과히 즐거운 독서경험은 아니었지만, 그들의 고통과 슬픔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아주 의미 있는 일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먼 나라, 먼 과거의 일이 아니에요. 얼마 전 가까운 일본에서도 사고가 있었으니까요. 당시 우리나라에 있었던 소동과 우리가 겪었던 패닉을 생각해 보세요. 남의 일이라고 치부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담 우리나라는 안전할까요. 우리 남한만도 존재하는 원전이 21기,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는 원자력 강국이라고 하더군요. 지난 겨울과 올 봄에 걸쳐 원전 관련 사고들이 심심찮게 올라왔던 것을 기억하실 거예요. 어쩌면 지금도, 뉴스나 신문을 통해 보도되고 있지 않을 뿐, 부지불식간에 우리는 크고 작은 위기의 순간들을 겪으며 겨우겨우 연명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더 이상 원자력은 기술과 지역발전, 부의 상징이 아니라, 파괴와 자멸, 죽음의 상징일 수도 있는데도 선거 때면 후보들은 서로 질세라 원전 관련 공약들을 내세우고, 원전 발전에 많은 예산을 할애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인류는 결국 자신들의 지혜로 멸망한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어쩌면 그 말이 옳을지도 모르지요. 그게 증명되기까지 우리에겐 얼마나 많은 날들이 남아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