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에 물주기_일상, 기타

꿈의 기록

달콤한 쿠키 2013. 10. 19. 11:47

병원 같다고 생각한 장소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단지 눈에 보이는 사람들 모두가 환자들처럼 보였다는 사실을 제외하고는
그곳이 반드시 병원이었다고 믿을 근거는 없는 셈이다.

노인들이 많았고, 간혹 어린애들도 있었다.
성별에 대해선 확실하지 않다.
사람들은 모두 지저분해 보였고 오래 굶주린 듯이 보였던 것으로 미루어,
차라리 수용소처럼 보였다.

 

그 사람들은 더럽고 허약해 보였다.
손은 모두 묶여 있었고, 사람들의 얼굴엔 어떤 표정도 없었다.
숨 쉬는 시체들,
아니면 시장 가판에 진열된
그래서 번쩍번쩍 빛나는 비늘이 더 가짜 같은
죽은 생선들처럼도 보였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의 얼굴엔 묘한 생기, 혹은 긴장감이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나는 그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걷고 있었던 것 같다.
아니면 나를 제외한 주위가 움직이고 있었거나.
어쨌든 나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과 벽 등이 내 뒤로 지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은 별로 들지 않았다.

 

눈앞에 계단이 보였고 나는 그것을 오르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기묘한 사실을 하나 깨달았다.
계단 아래, 그림자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그 주변엔 그림자가 없었다.
어떤 어둠도 없었다. 

오로지 하얀 빛만 있었다.
하지만 '환한' 느낌은 아니었다.
온통 '하얗다'는 느낌만 있었다.
두 표현의 차이가 지금은 약간 애매하지만,
당시엔 그 차이가 분명했다.
하늘과 땅이 엄연히 다르듯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잠에서 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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