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이모님께 안부전화를 드렸어요.
여든도 훌쩍 넘어버리신 이모님.
평소 자주 못뵀던 지라 어색하기도 하고 약간 죄스런 마음도 들었어요.
근데 이모님의 목소리는....
여전하셨어요.
내가 과거에 종종 들었던,
그래서 기억하고 있는 이모님의 목소리.
그것이 어찌나 반가웠던지요.
순간 과거의 사람들이 기억났어요.
짧은 순간이라도 내 시간을 함께 나눴던
그 수많은 얼굴들.
그들을 하나하나 떠올릴 순 없겠지만
그들은 하나의 덩어리로,
전체로 뭉뚱그려진 관념적인 존재로
지금까지 늘 나와 함께해왔어요.
그 얼굴들이 문득 그리워졌어요.
무덤을 파헤쳐 죽은이를 불러내듯
기억속에서 그들을 불러내어
그 이름들을 일일이 부르고 얼굴을 매만지고 싶어졌어요.
그러다 문득
내가 정작 그리워하는 건,
그때의 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를 만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과거의 나를 그리워한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네요.
이 나이 되도록 이토록 나를 그리워하다니...
아무래도 사랑에 빠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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