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났어요.
나이는 먹었지만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더군요.
목소리, 웃는 모습, 특유의 분위기...
사람은 변하기 어렵다는 말이 실감났어요.
그 아이들 눈에도 내 모습이 그리 보였겠죠.
많이 변하지 않았길 바라요. 욕심만큼 그리 되는 건 아닐 테지만요.
기억들이 되살아났어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가 갖고 있는 기억들이 틀렸거나 왜곡됐거나, 하는 것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죠.
사람이 그런가 봐요.
같은 경험을 동시에 했어도 느낌이나 인상이 모두 다르고,
그 기억들을 미래에 가져가는 방식도 다르고....
서툴게 사는 만큼, 기억도 서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내가 감히 ‘첫사랑’이라고 말 할 아이도 있었어요.
졸업하던 날,
졸업장과 꽃다발을 든 모습으로 그 아이와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이게 마지막이구나’ 했었는데,
수십 년 후에 이렇게 조우할 줄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었겠어요.
엊그제의 만남을 미리 알았더라면,
당시의 내게 ‘다시 만날 수 있어’라는 말로 스스로를 안심시킬 수 있었을 텐데.
서툰 방법으로, 서툰 감정을 주었던 아이였어요.
서툴다고는 표현했지만, 꽤 진실한 감정이었죠.
그 이후로도 주욱, 얼마간은 그 감정을 품고 살아왔던 것 같아요.
잊을 만하면 생각나고,
항상 생각 끝자락을 물고 늘어지는 ‘원죄’처럼요.
잘 하는 말로,
늘 생각하고 있진 않았지만, 단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었죠.
뭐 하고 살까, 결혼은 했을 거고, 아이도 있겠지. 행복할까.
정작 만났어도 깊은 대화는 별로 나누질 못 했어요.
괜히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서.
수십 년 전의 그 감정이 두려워서.
그런 두려움조차 내 어리석음의 증거가 될까봐.
다시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 이렇게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봐요.
참 부질없죠.
.......
앞으로 오래 전의 친구들을 만난다면,
‘무슨 일 해?’
‘결혼은 했어?’
‘아이들은?’
이런 질문보다 다른 질문을 하고 싶어요.
‘행복하니?’
완연한 봄이네요.
봄기운 맞으며 날고 싶어요.
모든 시름과 고민, 번민, 두려움, 시기, 열등감 따위는 저 아래에 두고서요.
하늘로 훨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