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읽기_책

사라진 소녀들_안드레아스 빙켈만-리뷰

달콤한 쿠키 2014. 3. 30. 12:05

 


사라진 소녀들

저자
안드레아스 빙켈만 지음
출판사
뿔. | 2011-08-12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마음껏 숨어, 난 네 얼굴을 알고 있으니까...미국, 프랑스,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프로 권투 헤비급 챔피언인 막스에겐 슬프고도 아픈 과거가 있습니다. 10년 전, 철부지 틴에이저 시절에 시각장애가 있던 동생 지나의 실종에 책임이 있는 거죠. 막스에게 권투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라 분노를 다스리는 방법입니다. 죄책감으로 얼룩진 과거를 회개하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그런 현재의 막스 앞에 경찰이 접근합니다. 최근에 생긴 실종 사건을 수사하는 여자 경찰로 과거의 유사 사건을 조사하다가 막스의 동생 사건을 알게 된 거죠. 두 사건엔 공통점이 많습니다. 실종된 두 소녀 모두 시각장애자이고, 열 살이란 나이도 같고, 인상착의도 비슷하지요. 10년을 사이에 둔 두 소녀의 실종엔 어떤 음모와 비밀이 있는 걸까요.

 

 

 

비슷한 이야기들이 많이 생각납니다. 어린 소녀나 젊은 여자들을 사냥하는 범죄자에 관한 이야기는 한때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소재였죠. 스릴러 소설도 마찬가지였고요.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요.

눈치 채셨겠지만 그다지 새로운 것은 없는 소설입니다. 흔한 이야기죠. 이야기의 발단은 그렇다 치고, 그 이후의 사건들, 살생부, 범인 추적 과정이나 주변 인물들의 역할 등, 독자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질 않고 있어요.

 

 

 

미스터리 소설로서 추리의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미스터리의 묘미인 ‘범인의 의외성’을 노리고 있긴 하지만, 두세 가지의 ‘red herring’에도 불구하고 그 맛이 떨어져요. 게다가 그 수법이란 것이 오로지 소설에서만, 글로서만 가능한 방법이어서, 만약 이 소설을 원작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범죄를 보여주기 위해 전혀 다른 방법을 써야만 할 거예요.

 

 

 

스릴러 소설로서는 어떨까요. 반은 합니다. 이야기는 주요 인물의 관점을 이리저리 옮겨 가며 서술되는데, 특히 범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푼 부분에서는 그 심리가 상당히 자세하게 묘사되어 있어요. 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외롭고 나약한 심성이 뒤틀려 어떻게 사악한 폭력성으로 변질되는지, 그 과정을 보는 것 같아 좀 으스스하죠.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반면 주인공인 막스는 너무나 평범한 인물입니다. 개성도 없고 재미도 없어요. 게다가 너무나 완벽하죠. 육체적인 강함은 거의 슈퍼 히어로 수준이고, 트라우마와 우수에 빠진 모습은 40년대 필름 느와르 속의 우울한 탐정들을 생각나게 하고요. 상대 캐릭터인 프란치스카도 마찬가지예요. 소설의 중반 이후에 곤경에 빠지긴 하지만 완벽하다는 면에서는 막스 저리가라입니다. 두 인물이 만들어내는 관계의 역학도 뻔하고 범인의 동기도 새로울 건 없죠.

 

 

 

그럼에도 이 소설은 잘 읽힙니다. 일단 익숙하긴 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요. 소설의 구성도 짧은 여러 개의 장(chapter)으로 이루어져 있어, 이 사람 저 사람의 눈과 머릿속을 옮겨 다니는 통에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죠. 게다가 특히, 약간 가학적인 감상도 이 소설의 재미에 한몫 합니다.

육체적으로 열세인 여자, 그것도 어리거나 젊은, 그것도 모자라 앞을 보지 못 하는 피해자가 알몸으로 기어 다니고, 그 모습을 몰래 지켜보는 범죄자. 호러 영화 팬이라면 당장 떠오르는 감독이 있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