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과 오브리 부부는 자신들의 결혼기념일을 기념하기 위해 가족 파티를 계획하고, 시골의 별장으로 자녀들을 불러들입니다. 삼남 일녀의 자녀들과 그들의 애인, 혹은 배우자들, 이렇게 해서 총 열 명의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이죠. 그러나 드디어 성대한 만찬이 시작되자마자 가족들은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습니다. 상대는 동물의 가면을 쓴 삼인조의 괴한. 비로소 살육이 시작됩니다.
인물들이 소개되고 한 자리에 모이면 의문의 살인이 시작됩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처럼 시골의 외딴 별장은 살육의 훌륭한 배경이 되죠. 이런 전개는 호러 영화, 특히 이런 종류의 슬래셔 영화의 공식입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작은 여느 다른 슬래셔 영화의 답습에 불과하죠. 하지만 이 영화는 조금 더 영리했습니다.
많은 호러 영화에서 끝까지 살아남는 주인공을 빼면 누가 누군지, 누가 어떻게 죽었는지 관객들은 거의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순식간에 죽어나가니, 캐릭터를 충분히 관객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것도 있겠지만 인물들 자체에 개성이 없다는 것이 더 큰 이유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열 명의 캐릭터들이 모두 각자만의 성격을 갖고 있거든요. 영화는 첫 번째 살인이 일어나기 전에 그런 포석을 잘 깔아놓습니다. 벌써 그들은 관객들에게 ‘매력적인 희생자’가 될 준비를 마친 거죠.
이런 이해는 앞으로 벌어질 잔인한 살인에 관객들의 감정을 끌어들입니다. 호감 가는 캐릭터가 죽을 땐 안타까워하며, 약간 재수 없는 인물이 죽을 땐 ‘쌤통’이라고 생각 하지요. 그러면서 ‘저 잔인한 나쁜 놈들은 대체 누구지? 그리고 대체 왜 사람들을 죽이는 거야?’ 이런 질문을 함으로서 이야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만들어 줍니다.
다른 호러 영화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영화에서도 ‘호러 퀸 (Horror Queen)’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우리의 여주인공 에린은 비명만 질러대는 다른 호러 퀸들과는 다릅니다. 여전사거든요.
야리야리하니 가냘픈 체구에 스스로와 애인, 그리고 그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활약하는 에린을 보고 있으면 그냥 통쾌하고 신납니다. 이런 ‘캐릭터의 반전’도 영화가 노린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건 몰랐지?’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으니까요.
전체적으로 영화는 호러보다 액션의 요소들이 강합니다. 무섭다기보다 화끈하고 신나는 영화죠. 오히려 호러를 위한 장치들은 많이 제거되었어요. 직접적인 살육이나 신체 절단 같은 고어(gore) 장면은 없는 편이니까요. 호러 슬래셔 장르의 관습들을 우직하게 밀고나가다 액션 영화로 장르를 급변시킨 영민한 영화예요. 기본에 충실하고 몇 가지 아이디어만 추가했을 뿐인데 이런 결과물이 나오는군요.
엔딩에서 보여주는 ‘사건의 진상’은 여태껏 신나게 보여줬던 살육에 핑계를 대는 것 같아 약간 김이 빠지지만 나름의 해결은 제시해 줍니다. 범인의 동기로 미루어보면 사건을 미궁으로 빠뜨리는 것보다야 어떤 식으로든 응징을 하는 것이 훨씬 나은 법이니까요.
사족.
(제게) 무척 반가운 얼굴이 나옵니다. 80년대, 국내 비디오 공포 영화 시장을 휩쓸며 거의 컬트로 추앙받던 스튜어트 고든 감독의 ‘좀비오(Re-Animator)’와 ‘지옥인간(From Beyond)’의 여주인공 Barbara Crampton이 오브리로 나와요. 나이를 먹은 지금도 여전히 예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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