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소재인 ‘텍사카나 문라이트 살인 (Texarcana Moonlight Murders)’은 미국의 범죄 역사 상, 가장 유명한 미제 사건 중의 하나입니다. 세계 대전 직후(1946년)의 사회적 혼란의 틈을 타, 데이트 중인 커플들만 노렸다는 그 살인범은 ‘팬텀 킬러(Phantom Killer)’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증거도, 실체도 없어서 당시 미국을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헐리웃의 호러 영화계가 이런 소재를 놓쳤을 리가 없습니다. 지금은 컬트 호러 클래식이 된 <악몽의 일요일 (the Town that Dreaded Sundown)>이라는 영화가 76년에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2014년 작인 이 영화는 그 사건 이후로부터 68년이 지난 현재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시대적 배경에 거의 70년의 간격이 있듯, 두 영화는 같은 사건을 소재로 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같은 제목을 달고 있으면서도) 리메이크라기보다는 속편에 가까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엔 ‘생기’가 없습니다. 호러 영화로서 기본은 하는데 그 독창성이 많이 떨어지죠.
76년도의 영화는 만듦새를 떠나 개성이 있었습니다. 유머도 풍부했고 경찰 드라마로서도 괜찮았죠. 특히 무미건조한 목소리의 내레이션이 동원된 영화는 다큐멘터리 같은 현장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당시의 관객들은 스크린을 통해 보이는 이야기가 마치 실제 상황인 양 받아들였을 테죠.
하지만 2014년의 이 영화엔 내세울만한 장점이 별로 없습니다. 영화는 분명한 속편이지만 마치 오리지널의 리메이크처럼 행세합니다. 살인 장면은 더 잔인해졌지만 알고 보면 ‘원작 따라 하기’에 불과합니다. 수사진의 구성도 원작과 비슷하고 70년대에나 유행했을 법한 복식도 마찬가지죠. 이쯤 되면 이 영화는 과거에 대한 향수가 있는 것은 분명한데, 그것이 실제 사건이 있었던 40년대는 아닌 것 같다는 말이죠.
이쯤 되면, 영화의 목적이 원작 영화의 리메이크였는지, 아니면 1946년에 실제로 일어났던 그 사건을 다시 이슈화 시키고 싶었던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딱 그 중간, 어딘가에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래서 영화의 의도는 더욱 모호해집니다. 게다가 원작에서 두드러졌던 자잘한 유머나 드라마적 요소들은 거의 무시된 나머지, 영화에서 남는 거라곤 인물들이 죽어나가는 장면들과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는 결말뿐입니다.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감상은 이 영화가 76년의 오리지널과 ‘웨스 크레이븐(Wes Craven)’의 97년 작, <스크림 2 (Scream 2)>를 적당히 얼버무린 것 같은 플롯에도 그 책임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여러 면에서, 극 중의 ‘게일’에 의해 ‘우즈보로 살인사건’이라는 책으로 쓰이고, ‘스탭’이라는 영화로 만들어진 <스크림 (Scream)>의 이야기가 <스크림 2>에서 똑같은 형태로 반복되는 방식과 거의 비슷합니다. 이런 기시감은 살인범의 정체가 드러나는 엔딩에서 더 강렬해지죠. 살인범의 동기조차 비슷합니다.
불평은 했지만 망작은 아닙니다. 시간이 아깝지는 않았으니까요. 게다가 영화의 목적이 무엇이었든, ‘텍사카나 문라이트 살인사건’을 이슈화 하는 것엔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기도 합니다. 70년 전의 ‘그 사건’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방문해 보세요.
http://www.encyclopediaofarkansas.net/encyclopedia/entry-detail.aspx?entryID=4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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