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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_Holloween_2018-리뷰

달콤한 쿠키 2019. 3. 8. 18:23


‘존 카펜터(John Carpenter)’ 감독이 1978년에 세상에 내놓은 《할로윈(Holloween)》으로부터 40년 후의 이야기입니다. 그 사이에 속편, 프리퀄, 리메이크 등등 할로윈이란 단어를 제목에 달고 있는 작품들이 많지만, 이 영화는 78년의 오리지널(그리고 어쩌면 81년의 《할로윈 2(Holloween 2)》까지)을 제외한 나머지 작품들을 모두 무시합니다. 그래서 약간 혼란스러워요. 할로윈 시리즈의 타임라인을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니까요. 심지어 한 속편에 나왔던 ‘로리’의 아들조차 이 영화로 하여금 투명인간이 되어 버립니다. 대신 이 영화엔 로리의 딸, ‘캐런’이 등장하죠. 게다가 어떤 영화에서 로리 스트로드가 죽은 걸로 기억하는데, 이 영화에선 또 버젓이 살아 있습니다.

어쨌든 이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오리지널을 제외한 다른 할로윈 영화들은 모두 잊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엄청난 세계관을 갖고 있거나 배경 지식이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어려운 영화도 아니지만요. 사실 전작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도 이 영화를 보는 데엔 무리가 없답니다.

 

영화는 오리지널의 두 주인공, 살인마 ‘마이클 마이어스’와 그 희생양 ‘로리 스트로드’를 다시 불러옵니다. 마이클은 40년 동안 정신병원에 갇혀 있었고 로리는 엄청난 트라우마로 평범한 일상은 포기한 채 고생하고 있죠. 그런데 마이클이 탈출을 하고 악몽이 다시 시작됩니다.

 

이 영화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호러 영화 속의 살인마는 늘 정신병원을 탈출하면서 기회를 잡는 것 같고, 희생자는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용기와 재치로 목숨을 구하죠. 그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갑니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만) 이야기 전개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조연들이죠.

 

이런 부류의 슬래셔(Slasher) 장르에 관객들이 얻는 즐거움은 대개 화려하고 인상적인 죽음에 의존합니다. 살인마가 희생자들을 어떻게 죽일 것인가, 하는 가학적인 즐거움이 감상 요소의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는 말이죠. 그 외에 (‘웨스 크레이븐(Wes Craven)’의 《스크림(Scream)》시리즈처럼) 범인은 누구일까, 하는 미스터리, 퍼즐 요소에 매달릴 수도 있고, 살인마의 특이한 동기를 보여줌으로서 인간 내면의 기괴함을 마주하게 하거나, 궁지에 몰린 주인공이 기지를 발휘하는 클라이맥스를 통해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 엔도르핀이 마구마구 분출된다고 하니까요.

 

하지만 이 영화는 평범합니다. 특별한 개성이 없어요. 정신병원 이송 중에 탈출에 성공한 마이클이 가면을 되찾고 살인 무기를 업그레이드시키는 첫 시퀀스는 흥미롭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하면서 관객들은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을 점점 잃고 딴짓을 하게 되죠.

 

가면 쓴 살인마가 누구인지 이미 모두 알고 있으니 머리를 굴려가며 추리를 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마이클이라는 인물의 내면에 도사린 어둠과 기괴함도 이미 40년 전 오리지널에서 충분히 써먹은 거라 더 이상 새로운 것도 없고요. 그럼 살인 장면이 독창적인가. 그렇지도 않습니다. 별로 인상적인 죽음이 없어요. 로리와 캐런 모녀가 살인마를 상대하는 클라이맥스는 그런대로 괜찮지만, 40년 동안 갈고 닦은 전투 실력이 저거라니, 하는 생각을 하면 어이가 없죠.

그렇다면 이런 영화를 대체 왜 만들었을까요?

 

40년 전의 오리지널을 기억하는 사람들이라면 분명 반가워했을 겁니다. 그 이후의 세대라도 DVD 등으로 오리지널을 접한 관객들은 원작이 주는 음산함과 기괴함에 매료되었을 수도 있고요. 원작이 워낙에 ‘컬트’에 ‘고전’ 취급을 받으니 귀동냥으로 들은 제목만으로 호기심을 가진 관객들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 영화는 너무 평범합니다. 기획이 안일했다는 생각밖엔 안 들어요. 로리 스트로드와 마이클 마이어스, 거기다가 ‘제이미 리 커티스(Jamie Lee Curtis)’가 다시 주인공으로 나온다고 해도 말이죠.

 

특별히 망작도 아니고 재미가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기억 속의 ‘바로 그 영화’의 속편이라면 관객들은 무언가를 더 기대했을 겁니다. 호기심을 채워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관객들을 만족시켜줘야죠.

 

사족

 

기대는 별로 하지 않았지만 이 영화를 본 이유는 ‘주디 그리어(Judy Greer)’가 로리의 딸로 나온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좋아하는 배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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