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기_영화

기기괴괴 성형수_2020-리뷰

달콤한 쿠키 2020. 10. 6. 05:39

몇 년 전 흥행했던 미녀는 괴로워의 호러 애니메이션 버전입니다. 영화의 줄거리를 (굳이) 요약하자면 딱 그 정도의 비교가 적당해 보여요. 영화는 그 영화에서 한 걸음도 더 딛질 못합니다.

 

물론 이 영화에도 장점은 있습니다.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드문 호러’, ‘스릴러장르라는 것이 가장 우선이겠고, 영화의 결말이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점도 특기할 만합니다. 애니메이션의 특색을 잘 살려 허무맹랑한 설정과 기괴한 화면을 잘 살렸다는 점도 칭찬할 만합니다.

 

이야기는 외모에 열등감이 있는 예지를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시작합니다. 직업이 있고 꽤 모범적인 딸은 아닌 예지는 정체모를 성형수를 사용하게 되고 반전 외모로 인생 역전을 노리다가 성형수의 과용과 오용으로 그 외모가 전보다 못해지는 사건을 계기로 위기를 맞습니다. 이 위기는 캐릭터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영화의 위기이기도 합니다. 캐릭터의 위기를 잘 살리지 못한 영화는 그야말로 난국(亂局)에 빠집니다.

 

이후로 이야기는 중심을 잃고 갈팡질팡합니다. 여태 주인공인 척했던 예지는 주변 인물로 밀려나고 생각도 못했던 인물이 악인으로 등장하며 그 자리를 꿰찹니다. 물론 장르를 의식하자면 의외의 결말을 추구하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시종일관 유지했던 포커스가 갑자기 다른 인물로 급선회하는 건 문제가 됩니다. 여태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했던 관객들은 어리둥절합니다. 이야기는 방향성을 상실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결말을 향해 흘러갑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며 다른 사람의 아름다운 외모만 보고 살던 사람에게 외모 콤플렉스가 있고 보기 좋은 외모를 부러워하며 아름다움에 집착한다는 설정은 그다지 새롭지 않습니다. 이런 것들은 캐릭터 성을 살리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그다지 응원하고 싶은 인물이 아니라는 점도 캐릭터를 설명하는 것 이상의 기능은 하지 못합니다.

 

그런 주인공이 위기에 휘말리자 존재감이 사라집니다. 있으나 마나 한 주인공이 맞는 결말은 구태의연합니다. 아무리 그 운명이 정해졌더라도, 예지는 위기의 순간에서 악인이 보여주는 반의 반 만큼의 존재감도 보여주지 못합니다. 예지는 주인공 자리를 내주는 걸로 모자라 거의 투명인간 취급을 당합니다. 그 결말에 충격이나 연민을 느끼기 어려운 것도 관객의 탓은 아니죠.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에게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인공인 예지는 할 얘기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더 파고 들 게 없다는 말입니다. 이 사람의 쓰임새는 영화 중반부 이전에 모두 바닥났습니다. 주인공에게서 얘기할 거리가 더 없자 영화는 그 목적이 불분명해집니다. ‘외모아름다움이란 단어에 갇혀 거기서 단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질 못합니다. 형편이 그러니 영화의 결말도 대체된 것처럼 보입니다. 진짜 결말이 따로 있을 것 같단 말이죠.

 

결국 얄팍한 이야기, 호러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만 남습니다.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일침도 없고 껍데기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교훈도 없습니다. 이왕 비교를 했으니, 미녀는 괴로워와 견준다면 이 영화의 단점이 무엇인지 잘 드러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