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가 맹위를 떨치던 시기의 일본. 작은 카페에서 매니저로 일하는 ‘기요세’는 애인인 ‘마쓰키’가 육교에서 누군가와 싸우다가 크게 다쳐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입원 중이라는 소식을 듣는다. 싸움의 상대는 바로 마쓰키의 오랜 친구 ‘이쓰키’. 그 역시 비슷한 부상으로 병원에 함께 입원 중이다.
최근 마쓰키와 냉전 상태였던 기요세는 마쓰키의 부모에게 연락을 하지만 그들은 아들의 소식을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한다. 어쩔 수 없이 입원에 필요한 물품을 챙기러 마쓰키의 자취집에 들른 기요세는 그곳에서 이상한 글이 쓰인 노트를 발견한다. 기요세에게 숨겨온 마쓰키의 진짜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대략 이렇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유려한 물처럼 흐른다. ‘앗!’ 하는 국면전환도 별로 없고 독자들을 놀래게 할 만한 사건도 없다. 지나치게 친절한 작가는 복선을 너무 쉽게 제시해 주는 나머지, 결말에 드러나는 마쓰키의 비밀이란 것도 대단한 게 아니다. 그냥 기요세가 ‘상상할 수 없었을’ 뿐.
‘상상할 수 없다’는 건 우리가 타인을 대할 때 저지를 수 있는 가장 큰 실수의 근거이다. 우리가 하지 않는 생각을 저 사람이 할 수 있고 우리가 도전하지 않는 행동을 저 사람은 쉽게 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쉽게 상상하지 못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으로 사는 게 너무 익숙하고 편해서 자기 위주의 사고, 행동을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안 하거나 못 하는 건 저 사람도 안하거나 못 한다고 믿는다. 우리들은 우리가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남들에게 보여준다. 우리가 보는 타인들의 드러난 모습들도 그들이 남들에게 보여주고자 선택한 것들이다.
우리가 타인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말하는 건 오만이다. 우리는 그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우리 가족조차도. 사실 우리는 우리 자신도 잘 알지 못한다.
「강기슭에 선 사람은 바닥에 가라앉은 돌의 수를 알지 못한다(275쪽).」
작가가 작품 안에서 말하는 전부다.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을 다 보여주고, 상대도 자신에게 전부 드러내줄 것을 요구해야 할까. 숨기는 것과 속이는 것은 같은 차원의 문제일까. 보여주기 싫은 부분을 굳이 파헤칠 필요가 있을까. 치부를 드러낼 용기를 갖도록 기다려 주는 데엔 시간 말고 뭐가 더 필요할까.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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