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911 센터에서 신고를 접수받는 조던은 위험에 빠진 10대 여학생을 작은 실수로 위험하게 만듭니다. 그 여학생은 결국 시체로 발견되고 조던은 트라우마에 시달리기 시작합니다. 일선에서 물러나 새내기 교육이나 하면서 다시 원래 업무에 돌아갈 수 있을까 하지만 또 다른 사건이 터지자 조던은 철저한 프로 정신으로 그 사건에 임합니다.
연쇄 납치 살인에 대항하는 한 여자의 무용담입니다. 전화와 범죄의 연결은 공전의 히트를 친 ‘Phone Booth’나 조용히 묻힌 ‘Cellular’ 등의 영화와 맥을 같이 하고 있어요. 범죄 스릴러라는 장르에 삶에 대한 통찰까지 전달했던 ‘폰 부스’나, 중년 여성의 위기와 범죄 스릴러를 교묘하게 맞물린 ‘셀룰러’ 같은 영화들에 비교한다면, 이 영화는 다소 얄팍합니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이 영화가 욕을 먹어서는 안 되죠. 관객의 입장으로서 이야기와 스릴을 즐길 수만 있으면 되니까요.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잘 해냈습니다. 그것도 아주, 무척, 썩 잘했지요.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자체의 이야기엔 흡인력이 있습니다. 용감하고 매력적인 여자들을 주인공으로 이 영화만의 개성도 잘 살아 있고요. 살인자의 의도도 잘 감춰졌고, 시종일관 유지되는 긴장감도 좋고, 속도는 무척 빠르며, 인물의 위험이나 심리적 부담, 회의도 아주 잘 그러졌어요. Halle Berry나 Abigail Breslin의 연기도 무척 좋고요. 범인을 단순히 미치광이에 편집증 살인마로 만들어버린 것은 약간 불만이지만 그 정도면 중간은 했다고 생각하니까요.
사실 이 영화에서 잘 한 건 따로 있습니다. 두 여자의 ‘연대’를 효과적으로 잘 그려냈다는 사실이죠. 전화로 연결됐을 뿐인 생면부지의 두 인물이 각자의 위험 상황을 벗어나도록 서로에게 용기를 부추기고 지혜를 주며 스스로를 지키는 동시에 합심하여 범죄와 대항하는 모습은 인상적입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Sisters Doing It For Themselves’란 노래가 귀에 들리는 듯 하죠. 그런 면에서 남성 관객들보다 여성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만한 영화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결말은 다소 억지스럽습니다. 무슨 꽁트처럼 보여요. 나름의 복수는 실컷 고생한 캐릭터들에겐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고 쳐도 끝까지 그 여정에 동참한 관객들에게는 예의가 아니죠. 약간 성의 없게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굳이 그렇게 영화를 끝맺을 이유가 뭐였을까 궁금합니다.
미국의 911 센터는 우리나라와 많이 다릅니다. 뭐가 다르냐고요? 무엇보다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아주 명확하게 알고 있다는 거죠. 그들은 자신의 일에 대한 지식도 풍부하고 경험도 많으며 진심으로 누군가를 도와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들이에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작년에 벌어진 오원춘 사건 때 위험 상황을 대한 119 센터의 신고 접수 직원을 생각해 보세요. 어리석고 되새기기에도 민망한, 거의 개그 수준이었죠. 더 슬픈 건 그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겁니다. 그 위급 상황에 말이에요. 피해자 신고 당시의 녹취록을 읽어보셨나요? 새삼스럽게 열불이 터지네요.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늦게나마 사건 희생자의 명복을 빌어봅니다.
사족. 감독이 Brad Anderson. 지금은 저예산 호러의 컬트가 된 ‘Session 9’의 감독이었습니다(혹시 그 영화를 보신 분?). 그 영화와 이 영화를 비교해 보니, 그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감독 특유의 질감이 많이 사라진 느낌이 들어요. 역시 ‘돈의 힘’이란 대단합니다. 특히 이런 상업영화 쪽에서는 더욱 그렇겠죠.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꽃을 보기_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이, 애나_I, Anna_2012_리뷰 (0) | 2013.07.26 |
---|---|
스탈릿_Starlet_2012_리뷰 (0) | 2013.07.09 |
굿 닥터_리뷰 (0) | 2013.06.17 |
몽타주_리뷰 (0) | 2013.06.11 |
Dark Skies_2012_trailer (0) | 2013.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