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인 ‘철준’은 탈북민이면서 20대 동성애자다. 이 인물은 겹겹의 핸디캡을 갖고 있는, 소위 ‘문제적 인물’이다. 영화의 가장 큰 문제는 이 인물의 고민과 욕망에 그다지 절절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오히려 탈북민들에게 주어지는 혜택들로 그가 만나게 되는 또래의 친구들과 차별되는 점이 없어 수많은, 그저 그런 인물들 속에 파묻히고 만다.
상대 인물인 ‘영준’은 어떤가. 이 인물은 우리 주변의 (현실의) 20대 남성 동성애자들을 대변하는 것처럼 활용되는데, 그 정도가 너무 피상적이다. 취업이 안 돼 고생하고 미래를 고민하는 한편, 주말마다 술 번개에 참석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짝사랑하고 질투하고 오해한다. 그리고 상황이 어려워지자 외국으로 훌쩍 떠난다. 우리나라 평균 20대들에게 외국 유학이 그렇게도 쉬운 일이었나?
주변에 우르르 등장해 개성이나 존재감 없이 사라지고 마는 나머지 인물들은 말 할 것도 없다. 그들은 그냥 낭비된다.
중반 이후에 두드러지는 갈등은 갑작스럽고 작위적이다. 갈등의 계기가 비교적 이야기 초반에 등장하는 것에 비해 너무 늦게 수면 위로 드러난다. 씨앗을 문제삼고 서서히 키워나가다가 빵! 터뜨리는 과정이 생략되어 다소 느닷없다. 갈등이 되는 문제도 너무 유치하다. 겨우 그깟 일로? 여고생도 아니고 여중생들의 기싸움을 보는 것 같아 불편하다. 오히려 이성애자 관객들이 동성애자들에 대한 편견을 갖지 않을까 살짝 염려된다.
이 영화는 과연 좋은 영화일까.
감독은 왜 이런 영화를 만들었을까. 도대체 관객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
동성애자의 삶은 물론이고 이 나라 20대들의 고민을 깊이 있게 다루지도 못 한다. 영화의 개성도 다른 퀴어 서사와의 차별점도 미비하다.
감독이 나름의 새로운 시도는 했다고 본다. 탈북민 동성애자 캐릭터는 일단 새롭고, 흑인 차별이 심하던 50~60년대 미국의 흑인 동성애자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있지만, 글쎄, 우리나라에서 탈북민에 대한 차별이 유별나게 가시적일 때만 그런 비교가 가능하지 않을까.
나름 좋은 아이디어가 눈에 들어오긴 한다. 하지만 그것들은 이야기 안에서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일회성으로 주저앉고 만다. 영화의 목표가 잘생긴 배우들을 동성애자 캐릭터로 등장시켜 자신들 이야기에 목말라 하는 동성애자 관객들을 극장으로 유인하는 거였다면, 일단은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감독이 노린 게 그것뿐이었을까. 그리고 관객들이 영화에 바라는 게 단지 그것뿐일까.
그럴 듯하게 보이는 제목 역시 고민한 티가 나지만 큰 의미는 없다. 얄팍하고 피상적인 서사, 안일한 기획이 몹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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