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71년. 캐롤린과 로저 부부는 다섯 명의 딸들과 함께 시골의 외딴 저택을 사들이고 그곳으로 이사합니다. 새 집으로 이사한 첫 날, 가족이 기르던 개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다가 그 다음 날 원인도 모르게 죽어요. 하지만 그건 겨우 시작에 불과하죠. 가족들은 새 집에서 무서운 경험들을 하고 그것들은 점차 그 강도가 세지죠. 견디다 못한 캐롤린은 유명한 영매 부부인 에드-로레인 커플에게 조사를 의뢰합니다.
줄거리가 매우 익숙하죠? 귀신들린 집을 소재로 한 영화들에서 이미 써먹을 대로 써먹은 이야기에 불과하니까 당연한 거죠. 영화의 익숙함은 스토리나 설정뿐만이 아니에요. 영매, 혹은 귀신 추적자들이 일하는 모습도 클리셰 투성이에요. 게다가 James Wan의 나름 신작인 이 영화는 감독 본인의 전작인 2010년 작, ‘Insidious’와 비교를 해도 스토리나 설정 등, 별 차이가 없어요. 그저 이야기와 스타일의 변주에 불과하죠. 그렇게 보면 감독의 또 다른 영화인 2007년 작, ‘Dead Silence’도 비슷한 영화였죠. 너무 식상하지 않나요?
그런데 그 영화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차별되는 지점들이 있습니다. ‘데드 사일런스’는 (단독 연출 데뷔작이었던 ‘Saw(2004년 작)’가 그랬듯이) 오로지 반전 만을 위한 호러였고, ‘인시디어스’는 판타지 성격이 농후한 호러였죠. 그런 한편 이 ‘컨저링’은 귀신 들린 집이라는 소재로 나올 법한 아주 고전적인 이야기입니다. 이미 이 장르의 고전이 된 ‘아미티빌 호러(the Amityville Horror/ 79년 작)’와 많이 닮아 있어요.
저는 이 영화를 꽤 즐겼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봤어요. 무섭다기보다 흥미진진하게 봤죠. 그렇다고 무섭지 않다는 건 아니에요. 적어도 두 장면에서 저는 정말 무서웠답니다.
이렇게 뻔하디 뻔하고 낡을 대로 낡은 영화를 즐겼던 데엔 물론 저의 취향도 있겠지만, 이 영화를 그저 단순히 비슷한 영화들의 아류로 보기엔 감독의 제임스 왕 만의 스타일과 개성이 살아 있기 때문이었어요. 과거의 사건과 귀신들에 얽힌 과거 사건의 애매모호한 느낌, 인물과 관객들을 놀래는 호러 장치들, 놀이동산에 단골 메뉴인 ‘귀신의 집’ 같은 분위기의 세트와 귀신 분장, 특히 생각보다 캐릭터 묘사는 썩 훌륭하고, 화면들도 시각적으로 잘 짜여져 있어요. 영화 후반에 나오는 엑소시즘 장면이 주는 키치함 같은 부분들도 그렇고요. 특히 귀신 들린 인형이란 소재는 제임스 왕이 고집스레 달고 다니는 부적 같은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사족.
영화 중간에 Giallo-Gothic Horror 장르의 명장인 Mario Bava에 대한 오마주가 나옵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제임스 왕의 호러 장르에 대한 애정을 읽을 수 있어서 흐뭇했어요. 자고로 진정한 예술가란 고집이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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