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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블랙_The Woman In Black_2012-리뷰

달콤한 쿠키 2013. 10. 12. 16:21

 


우먼 인 블랙 (2012)

The Woman in Black 
6.5
감독
제임스 왓킨스
출연
다니엘 래드클리프, 시아란 힌즈, 자넷 맥티어, 로저 알람, 소피 스턱키
정보
공포, 스릴러 | 영국, 캐나다 | 95 분 | 201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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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인 아서는 어떤 죽은 노부인의 유품을 정리하고 유언을 집행하러 영국 북서쪽 해안의 외딴 마을을 향합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은 그에게 적대적이고 마을 곳곳에 음산한 기운이 넘치죠. 그러던 아서는 고인의 대저택에서 이상한 환영과 마주칩니다. 그러면서 마을엔 아이들이 이상한 사고로 죽어나가고요.

 

 

 

‘귀신 들린 집’의 이야기입니다. 아이를 낳다가 아내가 죽은 홀아비 주인공, 고딕 양식의 버려진 저택, 아이들의 불가사의한 죽음들, 적개심으로 가득한 마을 사람들, 그리고 이방인. 이런 소재들로 만들 수 있는 이야기를 상상해 보세요. 아마 열에 아홉은 비슷한 줄거리를 읊을 정도로 뻔할 거예요.

 

사실 ‘뻔하다’는 것은 나쁜 것은 아닙니다. ‘태양 아래 완전한 새 것은 없다’라는 말로 핑계를 대려는 것은 아니에요. 태양 아래 완전한 새 것은 없어도 새 것인 척 할 수는 있는 거죠. 독창성과 originality는 기발하고 참신한 소재들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사실은 그 이전에, 뻔한 소재들을 다루는 방법과 태도를 약간 달리 하는 것으로 진부함과 전형성을 극복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고집스러워 보이기도, 약간 무식해 보이기도 합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의무감 따위는 집어던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말을 자기 식대로, 남들 눈 상관하지 않고 우직하게 뱉어내고 있는 거죠. 그런 태도 덕인지는 몰라도 영화는 상당히 고전적인 분위기를 풍깁니다. 속도는 느린 편이고 효과로 공포심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로 공포심을 만들어 나가는 쪽을 택합니다. 귀신에 얽힌 과거에 대한 단서들도 반전처럼 느껴지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런 이유일 것 같아요. 영화는 영화적인 트릭을 사용하기 보다는, 이야기의 힘, 그 자체를 믿는 편입니다. 관객에 따라서 이런 느낌의 호러 영화를 선호하는 관객들도 많으리라 생각해요. 저도 그런 편이죠.

 

 

하지만 공포 영화에서 독창적이고 매력적인 악마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꽤나 힘들지만 아주 중요한 작업입니다. 진부한 호러 장치들과 익숙한 이야기가 가져오는 함정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이기도 하고요.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장단점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귀신은 절대 화해가 불가능한 존재예요. 이기적이고 고집이 세고 사악합니다. 절대적인 이기심을 근간으로 한 소유욕은 이 영화 전반에 흐르는 비틀린 모정과 사악함을 좌우하는 단서입니다. 이 영화의 악마는 자신의 불행을 못견뎌한 나머지 주위의 사람들 모두에게 복수의 칼을 휘두르며 그들을 불행하게 만들어요. (그 사람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귀신의 이런 역할은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감정을 귀신으로부터 떼어놓게 만듭니다. 그 대신 관객들은 주인공인 아서에게 감정이입을 시키죠. 하지만 아서라는 캐릭터는 주인공으로서 그리 매력적인 인물은 아닙니다. 그는 얄팍하고 ‘아서’라는 인물의 틀 안에 갇혀 있죠. 다니엘 레드클리프가 아무리 뛰어난 배우라고 해도, 캐릭터 상의 그런 단점을 극복하긴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러면서 귀신은 관객들로부터 완전한 타인이 됩니다. 하는 행동은 밉지만 동정을 느끼고 감정을 줄 수 있는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 그냥 괴물인 거죠. 이 영화의 장점은 바로 그런 과정에서 일어납니다. 이런 감정의 역학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꽤 아이러니한 일이죠. 이 영화가 주는 분위기가 그것인데, 멈춘 듯 고요하면서 그 이면엔 교묘하고도 민첩한 무언가가 있고, 그것은 아주 불쾌한 느낌을 줘요. 그 불쾌함이 너무나 강렬해서 영화가 끝나도 쉽게 잊히지 않는 거죠. 공포 영화로서 이런 여운은 아주 대단한 장점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영화는 조금 더 한다면 아주 좋은 영화일 수도 있었는데 아쉽습니다. 지금의 결과로서는 평작 정도? ‘썩어도 준치’ 이상은 아니게 되어버렸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