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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이스_Lovelace_2013-리뷰

달콤한 쿠키 2013. 10. 25. 07:52

 


러브레이스 (2013)

Lovelace 
7.8
감독
롭 엡스테인, 제프리 프리드먼
출연
아만다 사이프리드, 샤론 스톤, 제임스 프랭코, 피터 사스가드, 아담 브로디
정보
드라마 | 미국 | 93 분 | 201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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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 말 미국. 엄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주근깨투성이 린다는 파티에서 척 트레이너라는 남자를 만나고 그 매력에 푹 빠집니다. 척과의 결혼을 위해 집과 부모님을 떠난 린다는 척과 아주 잠시 행복하지만 경제적인 곤란에 빠진 남편을 돕기 위해 포르노 영화 산업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린다는 척이 이상적인 남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차츰 깨닫게 되지만 이미 늦어버렸죠.

 

72년 미국. ‘Deep Throat’라는 제목의 하드코어 포르노 영화 한 편으로 스타덤에 오른 린다 러브레이스(Linda Lovelace)의 전기 영화입니다. 린다 보어맨(Linda Boreman)이라는 여자가 남자 하나 잘못 만나 어떻게 인생이 꼬이기 시작하는지, 린다 러브레이스(Linda Lovelace)라는 포르노 스타로 살다가 늦게나마 그 꼬인 인생을 어떻게 풀게 되는지에 대한 영화예요.

 

결론부터 적자면, 새로운 것은 없습니다. 영화의 배경인 1970년대, 딱 그만큼의 이야기죠. 남자 하나 잘못 만나 고생하는 불쌍한 여자의 이야기 말입니다. 그 시절엔 미국에도 우리나라만큼이나 그런 이야기가 흔했나봐요.

하지만 문제는 그런(우리에게도 흔한) 이야기를 40여 년이 지난 지금 또 봐야 한다는 겁니다. 솔직히 지겨워요. 아무리 ‘복고’라는 코드로 유혹을 해도, 아만다 세이프리드와 샤론 스톤 등의 막강한 파워 캐스팅을 내세워도 지겨운 건 어쩔 수 없는 거죠.

 

게다가 이 영화는 그런 종류의 영화들이 보여준 것에서 단 한 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합니다. 나름의 성공담에 가려진 주인공의 번뇌와 연민, 갈등을 버무린 인간 드라마를 보여주면서 성(性) 노동자 여성의 인권 문제를 은근슬쩍 끼워넣는 건, 이런 영화의 흔한 공식이죠. 깊이가 별로 없는 것도 흔한 결과고요.

이런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와 극적인 재미로 엉망진창이 되는 것은 어느 정도 구제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인 치유는 되지 않습니다. 뭔가 진지한 테마가 있어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과 치열하게 싸우는 주인공의 모습이 보여야 하고 그 이전에 캐릭터가 바로 서야 하죠.

 

일단 이 영화는 ‘린다’라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부족해 보여요. 아주 단순한 사실을 예로 든다면, 영화는 린다의 출세작인 ‘Deep Throat’를 린다의 데뷔작이자 마지막 작품이라고 떠들고 있는데,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 그 작품 이전에 수간(獸姦)을 테마로 한 ‘Dog Fucker’라는 제목의 단편 필름을 찍은 적이 있고, 이후에 ‘Deep Throat 2’라는 제목의 속편에도 출연했고요. 특히 린다는 수간 영화에 출연했던 사실을 죽기 전까지 부인했다죠. 그러다가 그녀의 사후에, 당시에 함께 일했던 촬영 기사의 고백으로 그녀의 주장이 거짓이라는 것이 드러났고요.

 

린다 러브레이스란 여자는 어떤 여자였을까요? 단지 포악한 포주에 불과했던 남자와 섣부르고 부주의한 사랑에 빠진 대가로 인생의 쓴맛을 혹독하게 치러야 했던, 불쌍한 피해자였던 걸까요. 아니면 아전인수에 능하고 자기 포장에 익숙한 기회주의자였을까요. 영화는 한 불운한(혹은 불운했다고 주장하는) 전직 포르노 배우의 전기 영화를 만들면서 인물에 대한 탐구를 게을리 합니다. 전혀 하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에요.

영화는 ‘린다’라는 캐릭터의 많은 가능성을 모두 버리고 린다 자신이, 자신의 자서전에서 주장한 모습 그대로를 영상에 담기 바쁩니다. 게다가 린다라는 인물의 대척점에 서 있는 모든 인물들, 심지어 그녀의 부모는 물론이고 ‘포르노 산업’의 주체와 그것을 소비하는 사람들까지도 모두 공공의 적으로 만들고 있죠.

 

영화 후반의 커다란 축을 차지하는, 소위 여성운동가로서의 모습은 어떤가요. 생뚱맞기 짝이 없습니다. 전반부의 린다는 타인의 영향에 노출되기 쉬운, 조종이 무척 쉬운 인물이었어요. 그런 인물이 포르노 산업에 반대하며 여성 인권을 외치기까지에는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배경(사건이나 인물 등)이 있었을 겁니다. 영화는 그런 것에 너무 소홀했어요.

 

결과적으로 영화는 한 여자의 고생담을 보여주면서,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라는 교훈을 주는 것에 만족합니다.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죠. 태평양 건너의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평생을 산 관객도, 영화를 보고 나서 ‘린다’라는 인물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생기는데 말이죠.

 

사족;

 

관심 있으시면 아래 사이트를 방문해 보세요.

 

린다 러브레이스;

http://en.wikipedia.org/wiki/Linda_Lovelace (위키 백과)

http://www.imdb.com/name/nm0001483/bio?ref_=nm_ov_bio_sm (IMDB)

http://www.lindalovelace.org/ (린다 러브레이스 & Deep Throat 웹페이지)

 

영화 ‘Deep Throat’;

http://www.imdb.com/title/tt0068468/?ref_=nm_knf_i3 (IMDB)

http://en.wikipedia.org/wiki/Deep_Throat_(film) (위키 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