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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스 바이어스 클럽_Dallas Buyers Club_2013-리뷰

달콤한 쿠키 2014. 4. 4. 23:33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2014)

Dallas Buyers Club 
8.8
감독
장 마크 발레
출연
매튜 매커너히, 제니퍼 가너, 자레드 레토, 달라스 로버츠, 스티브 잔
정보
드라마 | 미국 | 117 분 | 201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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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기술자로 일하면서 여가 시간엔 로데오 경기와 술, 마약, 그리고 섹스를 즐기는 론 우드러프는 어느 날 자신이 HIV/AIDS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여자들과의 다소 난잡하고 부주의한 섹스가 원인이었던 거죠. 나름 즐거웠던 인생이 30일 밖에 남지 않았다니, 론은 그런 의사의 진단을 믿지 않고 분노하다가 결국 현실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HIV/AIDS 감염인에 대한 영화입니다. 같은 병마와 싸우는 인물이 자신의 권리를 위해 세상과 싸운다는 이야기는 Tom Hanks가 주연한 93년 작, ‘Philadelphia’와 많이 닮았습니다. 하지만 론은 필라델피아의 앤드류보다는 세속적인 인물입니다. 론은 장사꾼이거든요.

론은 자신에게 투약되는 약이 효과도 없고 위험한 부작용만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정작 유효한 치료제는 FDA의 승인을 얻지 못해 미국 내에서 공식적인 방법으로는 손에 넣을 수 없었던 거죠.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마음먹은 론은 그 약들을 구하기 위해 지구촌 방방곡곡을 다닙니다. 그리고 약들을 손에 넣자 그것들로 장사까지 벌이죠.

 

영화는 80년대 중반을 무대로 하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 영화배우 록 허드슨이 에이즈로 사망했다는 신문 보도를 보며 론이 동료들과 낄낄거리는 모습이 보여요. 그 질환에 대해 충분한 정보와 이해가 없었던 당시(물론 지금도 그런 편이지만), ‘HIV/AIDS’라는 병명은 사람들에게 편견과 공포, 인권침해와 무수한 루머들을 달고 다녔습니다. 주인공인 론 역시 마찬가지였지요. 완전한 호모포비아는 아니었지만 동성애자들에게 그리 긍정적이지도 않았으니까요. 론 역시 그들을 잘 알지 못했던 거죠.

 

처음엔 살아야겠다는 욕망이 론의 가장 중요한 동기였지만, 이야기가 진행하면서 론은 차츰 변합니다. 마약도 끊고 자신의 질환에 대한 지식도 풍부해지고, 더불어 동성애자들에 대한 이해의 폭도 넓어지죠. 결국 트랜스젠더 동료인 레이언의 죽음 후론 장사꾼의 모습도 포기하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론의 이런 변화는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요.

 

감동적인 영화입니다. 영화의 감동은 자연스럽게 의료계의 불편한 진실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지요. 영화 속의 의료계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세계입니다. ‘환자들의 생명’ 운운하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돈’인 거죠. 론에게 우호적인 의사, 이브 삭스가 갈등을 꺾고 자신이 포함된 무리들에게 등을 돌릴 땐 모종의 쾌감마저 느껴집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의 더 큰 목적은 ‘목숨’과 ‘건강’을 빌미로 장사를 하고 있는 의료 기업들의 비리와 그 안의 권력 구조를 고발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영화 속의 현실은 오늘을 사는 대한민국의 우리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의사도 역시 사욕이 앞서는 인간이고, 의료, 제약 기업도 ‘이윤’을 남기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는 것을 인정하면 어쩔 수 없지만, ‘윤리’라는 문제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영화는 ‘의료 행위’에 따르는 이러한 윤리적인 질문들을 던집니다. 동시에 HIV/AIDS라는 질환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오해와 편견들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려고 노력하죠.

 

사족.

론을 연기한 Mathew McConaughey는 처음에 못 알아 봤습니다. 이 배우의 필모그래피 안에서, 딱 ‘앗, 이거다’ 하는 영화가 없었는데, 개인적으로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까지 수상했으니, 이 배우의 경력을 봐서도 잘 된 일이겠죠.

 

또 사족.

영화 홍보 단계에서 매튜 맥커너히의 감량 사실이 화제가 됐었죠. 살을 무지하게 뺀 건 매튜 뿐이 아니었어요. 레이언을 연기한 Jared Leto 역시 엄청 살을 뺐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