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읽기_책

생각하는 식탁_정재훈-리뷰

달콤한 쿠키 2016. 5. 2. 07:54


우스갯말로 ‘아는 게 많으면 먹고 싶은 게 많다’는 말을 흔히 합니다. 단순히 우스갯소리로 치부하긴 했지만 이 말엔 어느 정도의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TV나 인터넷, 뉴스와 잡지의 짧은 기사 등을 통해 우리 주변엔 먹을거리에 대한 정보와 상식이 넘쳐나는 만큼 챙겨 먹어야 할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죠.


전립선 건강을 위해서는 꼭 토마토를 챙겨 먹어야 하고, 양배추와 다른 야채를 삶은 물을 가끔 마심으로(매일 먹기엔 맛이 없으니까) 몸에 쌓인 독소도 제거해야 할 필요도 있고, 대장 건강을 위해 요거트 제품도 거르지 말아야 하며, 완전식품인 우유는 기회가 닿는 대로 열심히 마셔야 합니다. 특히 눈코 뜰 새 없는 요즘의 현대인들은 보충제도 열심히 먹습니다. 종합 비타민제에 홍삼액은 필수처럼 보이고, 마흔이 넘어서는 오메가 쓰리나 칼슘제 정도는 먹어줘야 하고요. 실내 활동이 많은 겨울엔 비타민 D 주사도 맞아줘야 하겠죠. 그러면서 문득 궁금해집니다. 이게 과연 효과가 있을까?



약학을 전공했으며 약품으로서의 식품을 꾸준히 연구하고 지식을 전파해온 저자는 그것들의 효과를 걱정하기 전에, 부작용을 걱정하라고 경고합니다. 이 책을 통한 저자의 주장은 간단히 한 줄의 문장으로 요약됩니다.


「결핍보다 무서운 것은 ‘과잉’이다.」



즉, 어떤 영양소가 우리 몸에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기 보다는 넘쳐날 것을 더 걱정하란 말이죠. 다시 말하면 우리가 음식을 섭취함으로서 몸에 들어오는 각각의 개별 성분들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그것들을 과잉 섭취하게 됐을 때 우리가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저자의 이런 경고는 ‘건강 염려증’에 시달리는 현재의 우리들에게 퍽 유용합니다. 지나친 건강 염려증에 대한 혹자의 우려도 신빙성이 있는 거죠. 그도 그럴 것이 TV 채널마다 ‘먹방’들이 쏟아지고(정말 먹는 것 없이는 프로그램 제작이 불가능할 정도죠), ‘카더라’ 식의 건강 기사에, 검증되지 않고 민간요법에 가까우며 불확실하고 위험하기까지 할 수 있는 온갖 건강 정보들이 넘쳐나니까요. 그로 인해 우리의 섭식 경향에도 변화가 옵니다. 식단엔 더 많은 식품들이 포함되어야 하고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 약품에라도 의존해야 하죠.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러기 더 쉽겠고요.



토마토의 성분인 ‘라이코펜’에 대한 연구와 광고가 실은 세계적인 기업인 (케첩으로 유명한) ‘하인즈’사(社)의 협찬으로 이뤄졌고, ‘하루 사과 한 개면 의사 볼 일이 없다’는 말은 20세기 초, 미국 사과 농장주들이 스스로 내건 슬로건에 불과하며, (동양인들뿐만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지역의 사람들은 성장을 하면서 유당분해효소가 사라져 우유를 소화하는 데에 곤란을 겪으며, 먹는 콜라겐은 위장에서 모두 분해되므로 피부보습엔 전혀 효과가 없다는 저자의 폭로는 그래서 위안이 됩니다. 결국 ‘꼭 챙겨야 할’ 음식은 없는 거니까요.


저자는 현재의 우리들은 결핍보다 과잉을 견제해야 하며, 그 무엇을 어떻게 먹든 ‘골고루’, ‘적당히’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신(神)이 내린 음식 중에 적당히 먹는데도 해가 되는 음식은 없을 테니까요. 단, 어려운 것이 있다면 ‘골고루’와 ‘적당히’의 문제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충고도 저자는 빠뜨리지 않습니다. 어떤 음식, 혹은 어떤 성분의 효과에 휘둘리기보다 스스로의 식습관 패턴에 주의를 기울일 것, 음식 선택에 있어서 자신의 자유를 지킬 것, 가장 자연에 가까운 음식을 선택할 것, 그리고 꾸준히 몸을 움직일 것.

이에 관련하여 저자는 아주 적절한 예시를 듭니다. 라면을 먹을 것인가, 밥을 먹을 것인가의 문제보다 더 중요하며 더 신경 써야 할 것은 바로 과잉, 즉 ‘과식하지 않는 것’이라고요.



‘균형’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는 종종 ‘욕심’ 때문에 좌절됩니다. 우리의 먹는 행위에서도 마찬가지죠. 저자는 ‘로제토 효과’라는 이론을 예로 들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결속력과 유대감 등의 심리적인 요인이 인간의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이른바 나눠먹을수록 건강에 이롭다는 주장입니다.


우리들은 어쩌면 결핍보다는 과잉에 더 신경 써야 하겠지만 지구촌 어딘가에는 결핍도 아닌, ‘빈곤’이 위협하는 사회도 있을 것입니다. 음식의 ‘지혜로운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저자의 염려에 조금이라도 동감한다면, 물론 가깝게 결식아동이나, 지구촌 곳곳의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기부를 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사정이나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골고루’, ‘적당히’, 그리고 ‘균형 있게’ 먹는 것 외에 ‘감사히’ 먹는 것도 무척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누구, 혹은 무엇에게 감사하든 말예요.

이런 긍정적인 마음 역시, 우리를 더 배부르게 해주고 우리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을 거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도 있으니까요. ‘감사히’와 더불어 ‘즐겁게’ 먹는 것이 우리가 음식을 대할 때 갖춰야 할 덕목인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