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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필리_Touchy Feely_2013_리뷰

달콤한 쿠키 2013. 8. 20. 09:16

 


터치 필리

Touchy Fee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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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린 셀턴
출연
엘렌 페이지, 스쿠트 맥네이어리, 로즈마리 드윗, 론 리빙스턴, 엘리슨 제니
정보
드라마 | 미국 | -
글쓴이 평점  

 

치과 의사인 폴과 그의 장성한 딸인 제니, 폴의 여동생 에비와 그녀의 애인 제시, 네 명의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입니다. 그들 외에도 주변에는 제니의 친구인 헨리와 테라피스트이자 기 치료사인 브로윈이 있고요. 독특하고 개성 강한 인물들에 뚜렷한 사건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 가족 드라마인 척 하면서 개인의 통찰과 성장을 외치는 전형적인 선댄스 영화죠.

 

겉보기엔 평범하고 행복한 가족처럼 보이지만 각 개인들을 들여다보면 풍성한 드라마가 흘러나옵니다. 폴은 완전 의욕 상실에 언제나 기진맥진한 모습이고 진료 대기실은 언제나 텅 비어 있죠. 폴의 장성한 딸인 제니는 대학 진학도 포기한 채 아빠 곁을 지키고 있고, 제니의 고모인 에비는 아직도 아빠의 그늘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조카를 안타까워하고요. 그러면서 에비는 제시와의 동거를 목전에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마사지사로 일하는 에비는 갑자기 다른 사람의 맨살에 손을 댄다는 자신의 직업에 혐오감에 빠졌고, 제니는 미래의 고모부인 제시를 짝사랑하고, 또 브로윈과 폴은 어쩌구저쩌구…….

 

조금 전에 뚜렷한 사건이 없다고 했지만 자잘한 갈등이 넘치는, 전형적인 미니 플롯의 영화예요. 만약에 드라마 트루기를 철저하게 따르는 상업영화였다면 이 영화는 실패작이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선댄스를 겨냥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의 맛은 좋습니다. 독특한 여운을 남기거든요. 영화 속, 브로윈의 대사를 한 번 인용해 볼게요.

 

“모든 것을 관대하게 받아들이고,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세상을 포옹하도록 해봐.”

 

영화 안의 인물들의 고민과 갈등은 어쩔 수 없는 것들입니다. 뒤늦은 삶의 회의에 빠지는 중년 남자나, 사랑해서는 안 될 사람을 짝사랑하는 젊은 아가씨, 그 외에도 직업적 딜레마에 빠지거나 결혼 같은 인생의 전환점에서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사람들은 주위에 수두룩하죠. 주위에 눈을 돌릴 필요도 없이, 우리 자신들의 삶을 한 번 돌이켜 보세요. 영화 속의 삶이 바로 우리 자신의 모습이 아닌가요?

 

삶이 우리 앞에 파놓은 함정에 빠지고 곤란에 처했을 때, 우리는 멘붕 상태를 경험합니다. 혹독한 시련에 대한 두려움과 자신이 처한 상황을 동정하느라 다른 데엔 고개를 돌릴 여유가 없는 거죠. 우리는 그저 망연자실 있거나, 좀 더 적극적이라면 외부로부터 어떤 지침을 원하게 됩니다. 누가 속시원하게 대답을 해줬으면, 이런 마음인 거죠. 하지만 이런 방법은 어떨까요.

 

자신의 문제를 품고만 있지 않고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다보면 현명한 충고를 얻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심코 던진 말이 누군가의 가슴을 건드려 그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됐다면, 게다가 그 작은 도움이 진심어린 감사로 되돌아온다면 삶의 기쁨을 퍼내는 샘은 결코 마르지 않겠죠. 그것이 한 마디의 말뿐일지라도 말예요.

이야기 장치로서의 마약(미국에서 PG-13 등급을 받지 못했어요)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인생의 독(毒)이 되는 사건들을 적당히 겪는다면 일종의 항체가 생기겠죠. 덕분에 우리는 더 강해지고 현명해질 수 있는 거죠.

 

살면서 겪게 되는 험난한 사건 앞에 우리는 좌절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그건 아마도 우리의 승부욕 때문이 아닐까요. 꼭 이겨야 한다는. 어찌 보면 그 승부욕의 대상은 자신이 아닌 외부, ‘타인’을 향한 것인 경우가 많아요. 불행이라는 크고 무거운 바위를 짊어진 삶을 더 이상 두려워하지 말고, 그것에 관대해지고 자신의 삶을 끌어안는다면, 우리가 불행해질 일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속 노랫말처럼 ‘달리지만 경주는 하지 않는’ 거죠. 결코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요.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단지 Ellen Page 때문에 본 영화입니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도 모두 훌륭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