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지는 청각 장애를 앓고 있는 아홉 살 된 아들 프랭키와 친정 엄마와 함께 영국의 작은 어촌으로 숨어듭니다. 리지가 그런 깡촌에 숨어든 이유는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서였어요. 나중에 밝혀지지만 프랭키의 장애도 남편의 폭력 때문이었거든요.
과거에 리지는 사랑하는 어린 아들에게 차마 그런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아빠가 그저 먼 곳으로 항해 중인 선원이라고 둘러댔죠. 그 거짓말에 신빙성을 보태기 위해 리지는 아빠인 척, 프랭키와 편지를 교환해왔고요. 그러다 프랭키는 아빠가 타고 있다고 알고 있는 선박이 곧 그들이 사는 곳에 도착한다는 소식을 신문을 통해 알게 됩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리지는 며칠 동안만 아빠 역할을 해줄 ‘이방인’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게 되고요.
그리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프랭키는 어딘가에 있을 아빠를 그리워하고, 마음을 이미 닫혀버린 것 같은 리지는 사실은 자신의 불행한 삶을 보상해 줄 남자를 그리워하고 있으며 프랭키의 아빠인 척 하고 있는 ‘이방인’은 떠돌이 삶을 멈추게 해 줄 가정을 그리워하죠. 또한 이런 영화의 전형적인 주제인 가정의 행복을 말하는 가족드라마이기도 하고, 로맨스이기도 합니다. 리지와 ‘이방인’ 사이의 경계심이 서서히 허물어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사랑에 대한 설렘이 전해지죠.
영화의 감상은 매우 독특하고 특별합니다. 사랑과 행복에 대한 달콤한 감상을 남기는가 하면, 이별과 아쉬움의 씁쓸한 입맛도 느껴지니까요. 우리가 살면서 얻을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진정한 만족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도 잠깐 하게 만듭니다. 무한하고 조건 없는 사랑과 지원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인간관계는 그야말로 우리가 구할 수 있는 작고도 위대한 선물이란 생각도 들고요. 행복해지는 것, 행복감으로 충만해진 가슴이 과연 어떤 기분을 줄지, 그 힌트를 조금은 얻는 것도 같고요. 영화의 인물들이 서로에게 그렇듯, 어딘가에 있을 누군가에 대한 그리움으로 마음 한 켠에 베인 상처의 아련한 아픔이 천천히 아무는 그런 느낌도 들고요. 눈에선 눈물이 흐르지만 얼굴과 마음은 웃게 만들 그런 영화죠.
이야기가 진행하면서 인물들이 변화하는 모습도 지켜볼 만합니다. 처음의 경계심이 서서히 풀리는 리지의 마음이나, 심심풀이 땅콩 정도의 소일거리에서 진심으로 프랭키와 소통하길 바라는 ‘이방인’의 마음이나, 모두 요즘을 사는 우리들의 ‘닫힌 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 문을 열어주는 것은 당연히 주인공인 프랭키의 동심, 즉 ‘열린 마음’이겠고요.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살아가면서, 혹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우리가 잃고 있는 것, 우리에게 진짜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하게 만듭니다.
보는 사람들의 눈물샘을 쥐락펴락하는 영화의 엔딩도 무척 인상적입니다. 이미 모든 거짓과 자신의 상황을 알고 있었던 프랭키의 행동은 엄마의 거짓에 더 이상 거짓으로 반응하지 않기로 결심한 것처럼 보입니다. 환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실이니까요. 어쩌면 리지보다 어린 프랭키가 더욱 현실적이고 성숙한 캐릭터인지도 모르겠어요.
소박하지만 참 예쁜 영화입니다. 재미도 있고요. 이야기를 이끄는 긴장감도 좋으며 기술적으로는 배우들의 앙상블 연기가 무척 좋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나면 행복한 기분이 들죠. 그래서 우울하거나 기분이 가라앉았을 때, 보고 또 보는, 제게는 마약 같은 영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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