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기_영화

더 바디_El Cuerpo_2012-리뷰

달콤한 쿠키 2014. 8. 1. 20:12

 


더 바디 (2014)

The Body 
7.7
감독
오리올 폴로
출연
벨렌 루에다, 오라 가리도, 호세 코로나도, 우고 실바, 크리스티나 플라자스
정보
스릴러 | 스페인 | 111 분 | 2014-05-22
글쓴이 평점  

 

시체 안치소에서 한 시체가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시체는 재력가인 마이카. 남편인 알렉스는 놀라운 사실에 안절부절못합니다. 마이카는 독살 당했고 범인은 바로 알렉스, 자신이었거든요.

영화가 진행되면 수사가 시작되면서 알렉스의 범죄가 플래시백으로 설명됩니다. 아내와 겪고 있던 갈등, 알렉스가 아내 몰래 만나고 있던 여자, 카를라와의 관계 등등이요.

시체가 사라지는 바람에 조용히 묻힐 수 있었던 마이카의 죽음에 경찰이 의심을 품기 시작하고 그 의심은 알렉스를 향합니다. 게다가 알렉스의 주변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죽은 아내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흔적들이 곳곳에서 발견됩니다. 급기야 알렉스는 제 손으로 죽인 아내가 실제로 죽지 않았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거의 미칠 지경에 이르죠.

 

살인사건이 일어났고 범인이 누군지는 영화 초반에 관객들은 모두 알 수 있습니다. 영화가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죽은 여자의 시체가 어떻게, 왜 사라졌는가 하는 거죠. 영화는 호러 영화인 것처럼 소개되었지만, 미스터리에 더 가깝습니다. 영화 전체를 이끄는 원동력은 마이카가 실제로 죽었는지의 여부와 시체의 행방이 주를 이루는 미스터리에 치중되어 있죠. 호러로서는 약하고 다소 시시해요.

 

영화의 큰 아이디어만 본다면, 90년대 리메이크 되기도 했던 Henri George Cluzot의 55년 作 ‘디아볼릭(les Diaboliques)’을 생각나게 합니다. (아이디어의 공통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두 영화를 비교하게 되네요) 클루조의 영화가 호러와 미스터리의 장르를 아우르며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살인사건의 피해자’라는 아이디어를 능숙하게 주물렀던 반면, 이 영화는 약간 서툽니다. 지루하거든요. 호러 영화로서는 전혀 무섭지 않고, 미스터리로서는 결말이 너무 뜻밖이라 헛웃음이 나올 정도죠.

 

호러로도 미스터리로도 별로 힘이 없는 이야기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인물들 간의 드라마입니다. 하지만 영화 중반에 보이는 살인의 배경, 알렉스와 마이카의 갈등과 삼각관계의 애정 구도도 그다지 재미가 없습니다. 부유한 아내에 휘둘리는 남편의 소외감과 패배의식, 그 틈새를 파고든 불륜. TV 시리즈, ‘사랑과 전쟁’에 나올 법한 소재가 아닌가요. 물론 그 소재는 재미있고 활용도도 무궁무진합니다. 특히 인간들의 속물 근성을 나름 적나라하게 까발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하지만 문제는 그 소재를 다루는 데에 있어 영화는 자신만의 특징을 전혀 개발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그 소재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고 상상하는 딱 그만큼만 보여주니까요.

 

결론적으로 영화는 결말만 튑니다. 게다가 결말에서 보여주는 사건의 실체와 진상은 너무 반전에만 의존하고 있어서 좀 어이가 없죠. 의외의 결말이 관객들의 뒤통수를 후려칠 정도로 ‘멋진 반전’이 되기 위해서는 100년 전, 영국과 미국의 고전 미스터리 작가들이 외쳤던 것처럼 스포츠맨십을 토대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이른바 ‘fair play’지요.

영화는 실제 음모자의 동기나 정보에 대해서는 절대로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곁다리로라도 보여주지 않았어요. 보여주지 않는 것과 보여주면서 못 보도록 하는 것은 다릅니다. 페어 플레이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 ‘red herring (미스터리 소설에서 진상을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독자들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극적 장치)’의 묘미가 있을 리 만무합니다. 글로 푸는 문학과 영상으로 보여줘야 하는 영화라는 장르의 차이는 있겠지만, 미스터리의 구성 요소는 거기서 거깁니다. 미스터리 영화를 만들면서 그것을 무시하면 이런 결과물이 나오는 거고요.

 

영화의 스타일과 배우들의 연기는 무척 좋습니다. 악녀 아닌 악녀, 마이카를 연기한 Bélen Rueda는 특히 인상적입니다. 영화 ‘오퍼나지’와 ‘줄리아의 눈’으로 우리나라 관객들에게도 낯 도장을 찍은 배우죠. 특히 ‘줄리아의 눈’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화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