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 (2014) 
Night Train to Lisbon





- 감독
- 빌 어거스트
- 출연
- 제레미 아이언스, 멜라니 로랑, 잭 휴스턴, 마르티나 게덱, 크리스토퍼 리
- 정보
- 로맨스/멜로, 스릴러 | 스위스, 포르투갈 | 111 분 | 2014-06-05





스위스의 한 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초로의 그레고리우스는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을 하던 길에, 다리 위에서 자살을 시도하려는 젊은 여자를 구하게 됩니다. 안절부절못하는 여자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강의실로 데려오지만 여자는 쫓기듯 황급히 그곳에서 사라지죠.
남겨진 것은 여자의 빨간 색 레인코트와 책 한 권, 그리고 리스본으로 가는 기차표 한 장. 그레고리우스는 여자와 남겨진 책(정확히 그 책이 저자인 아마데우)에 대한 호기심으로 리스본으로 향합니다.
포르투갈의 살라자르 독재 정권 당시, 혁명을 부르짖던 세 명의 연인들에 관한 영화입니다. 그레고리우스와 비밀을 잔뜩 안고 있는 묘령의 여자 사이의 로맨스인 척했던 초반에 비하면 평범해 보이죠. 하지만 영화는 자칫 지루하게 흐를 수도 있는 이야기를 플래시백이라는 장치를 동원해 흥미로운 결과물로 만들어냅니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플래시백으로 보이는 아마데우와 그 주변의 이야기와 리스본에서 아마데우의 지인들을 찾아다니며 과거의 조각들을 맞춰나가는 그레고리우스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비중 있는 줄거리는 과거의 이야기이고, 그런 점에서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아마데우라고 할 수 있어요.
아마데우는 열정의 피해자입니다. 부잣집 도련님과 전도유망한 의사라는 신분에서 혁명가로 정체성이 변화한 데에는 의사로서의 의무와 그에 따른 죄책감이었습니다. 충심으로 혁명에 참여했던 그를 나약한 도피자로 만든 것은 바로 사랑이었고요. 절친한 친구이자 혁명의 동지였던 조지와 두 남자가 사랑한 스테파니아 역시 사랑의 피해자였습니다. 그들을 짓밟은 것은 독재자의 군화가 아니었어요.
독재 정권에 맞서는 혁명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야기 자체는 녹진한 멜로드라마입니다. 아마데우와 조지, 스테파니아의 감정을 한데 뭉뚱그려 보여주다가 물에 뜨는 기름처럼 서서히 분리시키고 갈등을 조성하며, 결국엔 서로 대립하게 만드는 과정의 영화죠. 시대의 피해자라기보다 이들은 ‘사랑’ 때문에 서로에게 등을 보이게 됩니다. 사랑의 힘은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이처럼 파괴력도 갖고 있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사실도 아니죠.
구조적인 면에서 플래시백이라는 장치가 그렇게 필요했던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스타일 차별을 위한 노림수였달까, 그런 생각이 강하게 드는 거죠. 현재 드라마의 주인공인 그레고리우스의 캐릭터와 드라마가 딱히 특별한 것도 아니고, 굳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전달할 이야기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원작 소설에선 그레고리우스를 통해 현실과 일상에 짓눌린 중년의 삶, 어쩌구 하는 설정이 있었던 모양인데, 영화를 통해서는 그리 잘 표현된 것 같지도 않고요.
하지만 현재의 드라마가 너무 과하지도, 뒤처지지도 않는 균형을 이루며 적당한 공감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두 배우들, 제레미 아이언스와 마르티나 게덱의 훌륭한 연기 덕인 것 같습니다.
플래시백을 통해 한 인물의 민낯을 서서히 까발리는 수법은 히치코크의 영화 ‘레베카’나 맨키위츠의 ‘지난여름 갑자기’ 등의 영화들과 닮았습니다. 베일에 싸인 과거의 인물이 현재의 주인공의 역할로 서서히 그 비밀이 벗겨지는 것이죠. 예로 든 두 영화가 스릴러 형식을 갖춘 흥미진진한 캐릭터 드라마였던 반면, 이 영화는 그냥 로맨스입니다. 평범하죠. 이 영화가 딱히 그런 효과를 노린 것 같지는 않아요. 캐릭터 탐구 대상으로서의 아마데우는 별로 숨김이 없기 때문이죠. 영화의 의도가 바로 그런 캐릭터 탐구가 목적이었는지도 잘 모르겠고요.
영화 초반에 미끼 역할을 했던 빨간 레인코트 여자의 정체는 결말 즈음에서야 밝혀집니다. 사실 그 여자의 정체나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던 이유는 어쩌면 사소할 수 있어요. 하지만 이 영화의 주요 부분으로서 ‘혁명’이라는 소재가 갖는 정치성은 바로 그 묘령의 여자라는 캐릭터에서 나옵니다. 로맨틱한 이야기에 ‘혁명’이라는 배경이 필요했던 이유도 마찬가지이고요.
진실과 양심의 무게에 점점 무덤덤해지고 있는 우리 자신들을 생각할 때, 그 여자의 반응은 용감하고 진정성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자살이 옳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니 오해는 마시고요.
그 여자의 결심과 행동에 우리 현실을 빗대어보자니, 참 쓸쓸해졌습니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친일파의 자손들이나 독재자의 자손들이 오히려 떵떵거리면서 권력을 휘두르고 온 나라를 쥐락펴락 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 세계의 비웃음거리가 되어야 마땅하지 않나요? 창피한 일이죠.
사족.
포르투갈의 독재자 살라자르에 대한 글입니다. 본인의 짧은 세계사 지식에는 약간 의문점이 드는 글이지만, 나름 객관적인 정보를 담고 있는 것 같아요. 이웃도 아니고 먼 나라 이야기이지만,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읽어보시길.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dyat2001&logNo=220010287334
'꽃을 보기_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큘러스_Oculus_2013-리뷰 (0) | 2014.08.09 |
---|---|
와즈다_Wadjda_2012-리뷰 (0) | 2014.08.05 |
더 바디_El Cuerpo_2012-리뷰 (0) | 2014.08.01 |
페이스 오브 러브_the Face Of Love_2013-리뷰 (0) | 2014.07.25 |
백설공주의 마지막 키스_Blancanieves_2011-리뷰 (0) | 2014.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