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기_영화

오큘러스_Oculus_2013-리뷰

달콤한 쿠키 2014. 8. 9. 10:33

 


오큘러스 (2014)

Oculus 
7.8
감독
마이크 플래너건
출연
카렌 길리언, 브렌튼 스웨이츠, 케이티 색호프, 로리 코크레인, 제임스 래퍼티
정보
미스터리, 공포, 스릴러 | 미국 | 103 분 | 2014-05-29
글쓴이 평점  

 

케일리는 동생 팀이 갓 출소하자마자 부모님의 복수를 행하기로 합니다. 그 복수의 대상은 바로 거울. 어린 시절, 엄마를 죽이고 동생의 손에 죽임을 당한 아빠의 광기에 집안의 거울에 책임이 있다고 믿는 케일리와 그런 누나의 생각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보다 현실적인 팀은 사사건건 부딪힙니다. 결국 두 남매는 과거의 참극이 일어난 옛날 집에서 그 거울과 마주합니다.

 

소설이나 영화 같은 이야기 예술 안에서 ‘거울’이라는 물건만큼 다양한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소재는 드뭅니다. 현실의 상(象)을 그대로 비춰주는 거울의 솔직함이나 현실과 똑같지만 실재하지 않는 세계를 그 안에 품은 신비로움, 똑같다고는 해도 좌우가 정확히 뒤바뀌는 상반성의 아이러니 같은 거울의 속성 등은 단순히 이야기의 소재를 넘어서,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짓고 테마를 구성하며, 드물게는 이야기 전체의 메타포로 작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거울’이라는 소재가 일단 호러 예술가의 손에 들어오면 여지없이 클리셰로 둔갑을 합니다. ‘악령이 깃든 거울’이나 ‘깨어진 거울’의 경고 같은 거요. ‘거울’로 할 수 있는 무서운 이야기가 그렇게 뻔한 것 말고는 과연 없는 걸까요?

 

이 영화에 등장하는 거울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는 거울이 저지른 악행의 역사에 대해서 구구절절 읊고 있지만 새로운 것은 없어요. 그 이야기들이 무섭지 않다거나 재미없다는 것이 아니라, 거울이라는 소재에 부여한 영화의 역할이 단조롭고 식상하다는 거죠. 오래전부터 귀신이 들린 거울이 있고, 그것이 사람들을 많이 희생시켰다. 그래서 어쨌냐고요.

 

결국 영화는 거울의 악령과 맞서 싸우는 두 남매의 액션에 치중하게 됩니다. 액션 자체는 큰 문제가 별로 없어요. 오히려 꽤 흥미진진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보이거든요.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들은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이건 캐릭터의 문제라기보다는 스토리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전혀 새롭지 않은 스토리는 영화 곳곳에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주인공 남매가 겪은 과거 사건과 그를 통해 들려주는 ‘가족의 붕괴’라는 주제는 이미 스탠리 큐브릭이 ‘샤이닝(the Shining)’에서 보여주고 했던 얘기죠. 저주 받은 거울이라는 소재의 역할 역시, 호러 영화들 속의 거울, 딱 그것 이상은 아니고요. 게다가 주인공들의 복수는 채 끓지도 않고 불어터진 라면 같아요. 클라이맥스조차 밋밋하기 짝이 없거든요.

 

영화의 그 외의 부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초자연적인 저주 앞에 선 인간들의 무력함을 보여주려는 의도도 뻔하고, 예측 가능한 결말에 인물들의 드라마도 수박 겉핥기식인데다, ‘인시디어스(Insidious)’같은 도발도 없고, ‘컨저링(the Conjuring)’같은 고전적인 우직함에 따르는 통쾌함도 없죠(두 영화들을 마케팅의 도구로 삼았으니, 어쩔 수 없이 비교를 하게 되네요).

 

몇몇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아이디어가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영화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합니다. 인물들도 평범하고 스토리는 얄팍한데다, 테마 역시 빈약하고 피상적이죠.

거울이 주변의 사물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아이디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관성이 없어요. 예를 들어, 거울의 에너지가 주변에 끼치는 영향을 감안한다면, 어떻게 타이머나 비디오카메라 같은 기계들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었던 거죠?? 오히려 자연의 생명체보다 그런 단순한 기능을 지닌 기계들이 거울의 마법에 더 취약하지 않을까요? 허점이 더 많을 테니까요.

 

결국 영화는 그 ‘스타일’만 남습니다. 제한된 ‘집’이라는 공간의 구석구석을 교묘하게 활용하며, 과거와 현재,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들면서 클라이맥스를 구성하는 방식은 제임스 완의 ‘인시디어스’를 닮았죠. 호러 영화로서 반은 하는데, 무섭다기보다 환상적이고 신비롭습니다. 무턱대고 비명을 지르게 하는 장치들을 일부러 도외시한 것은 무척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거울’이라는 소재에 애착이 깊은 터라, 개봉 전부터 관심을 가졌는데, 좋았던 점이 아주 없진 않았지만 평작 이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여태 실컷 불평은 했지만 그럭저럭 재미있게 봤거든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지만, 먹을 게 아주 없지는 않았다는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