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기_영화

소펠 부인_Mrs. Soffel_1984-리뷰

달콤한 쿠키 2020. 3. 18. 06:24


1901, 미국 피츠버그. 엄숙한 어머니이고 정숙한 아내이며 신심이 깊은 기독교인이자 교도관의 아내인 케이트 소펠은 수감자들에게 성경을 읽어주고 그들의 교화에 힘쓰다가, 살인죄로 사형을 앞두고 있는 에드잭 비들형제를 알게 되고 에드와 사랑에 빠집니다. 불륜 이상으로 위험한 사랑에 빠진 케이트는 비들 형제의 탈옥을 돕게 되고, 그들의 도주에 동참합니다.

 

이야기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영화는 한 가지 중요한 정보를 동원합니다. 그건 비들 형제가 대단히 뛰어난 매력의 소유자라는 건데, 영화는 초반에 그들과 개인적인 인연이 전혀 없는 여자들이 감옥 밖에서 두 남자를 위해 기도하고 그들의 사형에 대해 반대를 외치는 장면으로 그 설명을 대신합니다.

 

이야기에서 비들 형제가 무척 잘생겼다는 사실은 꽤 중요합니다. 유죄, 혹은 무죄에 상관없이 범죄 사실에 기소된 사람에 대해 팬덤이 형성되는 것은 주로 외모 같은 육체적 매력에 크게 기인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까요. 비들 형제는 수많은 절도죄는 인정하면서도 살인에 대해서만큼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었으니, 그 진술의 진위 여부를 떠나, 잘생긴 두 남자를 믿고 싶었던 여자들은 그들의 말을 기꺼이 믿었던 거죠.

 

케이트 역시 순식간에, 그러나 눈에 띄지 않게 그 팬덤에 동참합니다. 교도관 아내라는 신분의 이점을 최대한 살려, 다른 여자들보다 비들 형제와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던 것인데, 그런 이유로, 에드를 환상이나 우상의 대상이 아닌, 한 인간으로 볼 수 있게 됩니다.

흔들리는, 시나브로 열정에 잠식당하는 케이트를 보면서, 관객으로서 그 감정에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못합니다. 케이트의 감정은 진짜 사랑일까요. 에드의 행동 역시 케이트를 제 편으로 만들어 탈출에 도움을 받기 위한 술수는 아닐까요.

 

하지만 이야기의 반을 지나면 그 의심은 말끔히 사라집니다. 두 사람의 사랑은 지독히 무모하고 지독히 위험한 만큼 지독히 순수한 사랑이었습니다. 네 명의 자식들과 성공한 남편, 가정이 주는 위안, 풍족한 생활과 편안한 집,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 따뜻한 잠자리 같은 것을 근본도 모르는 범죄자와 함께 하기 위해 순식간에 내팽개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케이트의 선택은 어리석고 정신 나간 짓이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히 용기 있는 행동이었습니다. 그런 행동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할지 감히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케이트를 단지 육욕에 빠져 물불 가리지 않은 정신 나간 여자라고 비난할 수 있을까요.

이성적이고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면 케이트의 행동은 물론 비난받아 마땅한, 미친 짓입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한 개인의 삶에서 다른 조건들보다도 항상 우선하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들이라면 과연 케이트를 발정난 여편네로 단정 지을 수 있을까요. 바로 그게 사랑이라고 말한다면 사람들은 코웃음 칠까요.

 

영화는 극적인 긴장감을 한 순간도 놓치지 않습니다. 러닝 타임 중반까지 로맨틱한 이야기 아래에서 미묘하게 흐르던 서스펜스는 비들 형제의 탈출에 동행하는 케이트를 보여주면서 점차 그 덩치를 불리다가, 결국 두 사람의 로맨스가 무르익음과 동시에 그들에게 커다랗고 짙은 죽음의 그늘을 드리웁니다.

 

사랑의 대가는 두 사람에게 잔혹한 결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안전하고 많은 것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사랑은 케이트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으니, 두 사람의 대단원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열정사랑을 한 단어로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케이트를 영웅으로 받아들이지 않을까요.

 

에드 비들의 외모에 대해 말을 꺼내다 말았습니다.

에드가 무척 잘생긴 남자였다는 사실은 케이트의 행동과 선택에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우리가 처음으로 마주하는 상대에게 경험하는 인간적인 끌림은 거의 시각적인 정보에 의존합니다. , 상대가 잘생겼는가, 육체적으로 매력적인가의 문제가 첫인상을 좌우한다는 거죠. 케이트는 에드를 보는 즉시 사랑에 빠집니다. 그가 사형을 앞둔 범죄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우리는 주변의 첫사빠들에게 얼굴 뜯어 먹고 살 거 아니면다른 조건들을 보라고 쉽게 조언합니다. 현실을 고려하면 당연하지만 케이트는 그런 종류의 타협을 거부합니다. 에드 외엔,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의 의미가 사라진 케이트는 모험을 감행합니다. 품위도 명예도 자존심도 가정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에드가 잘생겼기 때문에 케이트가 그를 사랑했다는 건, 영화가 보여주는 것들을 근거로 한 본인의 상상입니다. 물론 그 잘생긴 외모도 한몫했을 테지만, 중요한 건 잘생긴 외모가 사랑에 빠지기 위해 필요한 수많은 조건들에 대척되는 지점에 있다는 사실입니다. 본능적인 이끌림, 용암이 분출되듯 솟구치는 열정을 자제하기란 힘들고 그것들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케이트나 에드 역시 서로에게서 어떤 매력을 느꼈는지, 그 매력은 어디서 왔는지 그들 자신도 모를 겁니다. 확실한 건 그들이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죠.

 

우리는 가끔, 더러는 자주, 사랑에 조건을 달고, 그것들을 나열해 놓고 서로 비교하고 저울에 달고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그것은 곧 상대의 조건들을 나열하고 비교하고 저울에 달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삶은 현실이고, 현실 역시 삶의 여러 문제들이 포진되어 있지만, 그 어떤 두려움에도, 예측할 수 없는 많은 장애와 막연한 공포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열정만을 좇는 사랑이, 그렇게 철없고 무식하고 용감하고 솔직한 사랑이 정말이지 간절할 때가 있습니다. 사랑은 그저 사랑일 뿐이니까요.

 

사족

 

실제 있었던 사건입니다. 자료에 의하면 비들 형제는 클로로포름 도둑이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수많은 절도에 혐의가 있지만, 살인은 저지르지 않았다는 그들의 주장은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방문해 보세요.